바람, 떠나고 싶은 날.

자연스런 바람에 - 서문

by 방자

마음에 작은 바람이 인다.

바람은 이상을 싣고 있다.


바람이 속삭인다.

네가 추구하는 삶이 여기 이 자리가 아니라

저기 길 위, 머물러있지 않음에 있다고.


어느새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소녀가 답한다.

네가 떠나버리면 남겨지는 것들은 어떻게 하냐고.


소녀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내게 현실의 공을 건넨다.

가족, 일, 집, 친구.

공 안에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우러져 있다.

순간 가슴속에 울렁임이 생긴다.

내가 이것들을 잃게 되는 것일까?


나는 현실의 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소녀에게 묻는다.

길 위에 있음이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음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소녀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멀뚱히 바라보며 그럴 수 있음을 암시하려는 듯했다.

나는 알고 있다. 소녀도 정확히 알지 못함을.

그럴지도 모를 가능성에 두려워하는 것임을.


인류가 존재한 이래, 두려움은 늘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크고 작은 불화를 초래했고, 통제와 지배를 자행했으며,

자유와 성장을 한없이 막았다.

나는 그것을 모르지 않기에

소녀를 이해하지만 두려움을 이기고

바람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결정에 힘을 얻은 바람은 내게 감성을 선물한다.

나는 소녀에게 용기를 선물한다.

우리는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곳,

끊임없는 배움과 성장을 갈구하는

청춘이 사는 낯섦을 간직한 길 위로.



01.12. 여행을 떠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