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바람에 - 1부. 나를 바라보다
Life is not determined by consciousness,but consciousness by life.
- Karl Marx
선택은 삶에 있어 늘 중요한 문제이다. 삶에 생겨나는 수많은 우연만큼이나. 기꺼이 선택했지만 어려울 줄 예상했던 그 길은 역시나 수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흥미롭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지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이기도 했다. 내 삶의 주가 되어 온 수많은 변화와 의사결정, 자주성, 다양성, 재미, 사람. 그것들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나의 지향과 분명 차이가 있었다. 선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섣부른 언급이 오해를 살 수 있는 미묘한 차이. 내가 그토록 추구하던 다양함과 다름은 답답함이 되어 나를 억눌렀다.
잊고 지냈던 열아홉 일기장에 쓴 상아색 크레파스라는 글이 생각났다. 나 자신을 어쩌다 물감통에 들어가게 된 흔치 않은, 쉬이 섞이지 않아 외로운 상아색 크레파스로 의인화해서 썼던 동화였다. 나의 다름은 그때보다 지금 더 존중받고 있었고, 나는 그때보다 더 쓸모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여전히 나를 뺀 수많은 세계가 돌아가고 있었으나 그것이 예전만큼 서럽거나 서운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각자의 삶과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문제는 그때는 없던 크래파스 통의 경험을 지금의 나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을 살아가는데 주력하는 사람들, 자신의 색을 선명히 쓰려 노력하는 사람들,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온전한 것에서 뿜어나오는 행복을 맛보았다. 상상해왔던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진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무지개 건너 상상의 세상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비행기 표도 필요 없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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