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자연스런 바람에 - 1부. 나를 바라보다

by 방자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렸을 적, 나는 어쩜 시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쓴 글에 묘사된 나는 저무는 노을을 보며, "엄마, 저 해가 왜 빨간 줄 알아? 자러 가려고 옷을 벗어서 부끄러워서 빨개진 거야."라고 말하는 시적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였다. 지금도 글을 쓰고 말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이다.


어렸을 적,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다.

항상 오픈되어 있어 누구나 드나들며 내 것을 나눠가는 우리 집의 환경이 불만스러웠다. 우리 엄마는 나의 엄마인데 탁아소를 하며 모든 아이의 엄마를 자처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하는 것도 싫었다. 차츰 나는 내 몫을 스스로 챙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나의 방식으로 만족스럽게 나누는 방법도 배웠다.


나는 정해져 있던 제도나 관습, 규칙에 의구심이 많았다.

왜 선생님은 미니스커트를 입으면서 내 교복 치마가 짧은 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인지, 왜 보지도 못한 하나님을 의심 없이 믿어야 하는지 어른들이 그래야 한다며 강요하는 것들이 뭔가 불공평하고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도 그만두었고, 교회도 다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드는 교육 디자이너가 되었고, 늘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여 검증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여행을 통해 상황이 주어지면 언제든 용기 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낯선 땅,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수차례 문제 상황을 접하고 울고 불고 하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걸어가는 경험 속에서 보이지 않는 다음과 상상 이상의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다양한 길이 존재하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창업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대기업에 못 들어간 게 못내 실패한 것 같은 중소기업 직원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욕심을 인지하지 못하고 엄마의 나눔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나눔을 배우지 못하고 아예 삐뚤어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섬이 아닌 도시에서 자라고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 부모님과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만약 내가 어렸을 적부터 관심 있는 예술 장르를 찾아 꾸준히 할 수 있었더라면, 사고로 어딘가 다쳐 몸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되었더라면, 스무 살에 엄마가 되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지금의 나와 같은 나 일까?


문득, 가보지 않은 길 위의 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잘 해낼 수 있었을까? 분명 나에게는 아직 발현되지 못했지만 가치 있는,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많을 터. 그런 생각이 나를 낯선 세상 속으로, 다양한 경험이 있는 여행으로 용기 내 한 걸음 더 내딛도록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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