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바람에 - 1부. 나를 바라보다
내 꿈은 여행자처럼 살고 디자이너처럼 일하고 철학자처럼 사고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움직이며 부딪혀야 배우고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서 판을 벌여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로움과 정당함, 적합함, 더 나음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의 사고(思考)이다. 그리하여 일에 치여 사고할 수 없는, 사고하는 것조차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서글픈 노동자의 삶이 아니라 적당히 벌어 적절히 쓰며 부지런히 사고하고 늘 움직이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꿈이 언어로 정리되는 데에는 무려 삼십 년이 걸렸다.
시작은 여행이었다. 초기 현실 도피적 측면이 강했던 나의 여행은 뜻밖의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은 내가 어렸고, 늘 뭔가 부족했고, 뭘 몰랐기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초심자의 행운처럼.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성을 발휘하는 것,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올바른 견해를 펼치고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것, 세상이 돌고 도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답과 방법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처럼 소소했지만 삶의 선택을, 인식을 바꿔놓을 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삶은 주어진 좋은 경험으로만 살아갈 수 있지는 않다. 여행에서 겪은 물건을 도둑맞는 일, 사기, 과도하게 피폐하고 고생스러움, 일상의 배신, 주변의 가십거리, 과도한 정보 등 쌓여 가는 부정적 경험들 역시 나를 만들었고 어느 순간에는 나를 모험과 용기가 아닌 안전과 경계에 더 민감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일상에 치여 삶을 살아가다 잠시 여행을 떠났을 때, 불현듯 나는 내가 어둠을 두려워하는, 불편을 두려워하는, 배신과 손해 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 있음에 놀랐다. 그새 나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진정 반복되는 일상과 부정적 환경에서 늘 깨어있기란 불가능한 것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중요시하던 나의 가치 있는 사고들을 내려놓고 지양하던 것들 사이에 둘러싸여 삶이 원래 그러한 것인 양 살 게 한 것일까? 늘 나이 먹는다는 것이 부패하거나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지혜가 쌓이고 성숙해 가는 것이길 바라왔는데, 순간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꿈꾸던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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