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 3

자연스런 바람에 - 3부. 세상을 탐하다

by 방자

가 없다. 면적 대비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에는 대중교통이 제한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환경에서 차 없이 여행한다는 것은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차를 얻어 타는 것이 쉬워지는 기회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스무 번 이상의 히치하이크를 한 것 같다. 버스가 없는 곳에서 태워달라고 손을 들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던 차가 커다란 배낭 멘 여행자가 안타까워 차를 세워 어디 가는지 묻기도 했다. 이것은 단지 교통비 절약의 기회만은 아니다. 여행자, 현지인, 선의로 처음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며 여행하고 삶의 일부를 나누는 것은 렌터카나 버스 여행에는 맛볼 수 없는 여행의 특별한 묘미이기도 하다.


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냥 하나쯤은 굳이 채우려 고민하지 않고 빈칸으로 둬도 괜찮지 않을까?


조를 보았다. 너른 공원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자태가 썩 기품 있었다. 나는 음흉하게 그 등에 올라타는 상상을 해 보았다. 어쩌면 내가 본 것이 타조가 아니라 에뮤일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호주니까. 하지만 에뮤 치고는 몸집이 컸다. 사실 내가 왈라비라고 알고 있던 애들도 여기선 캥거루라고 불렀다. 그리고 왈라비만 한 캥거루보다 더 작은 왈라비가 있었다. 하긴 뭐가 뭔들 어떠하랴. 내가 그들을 타조라 부르든 왈라비라 부르든 그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들이 나를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지 않은가.


란 하늘, 지저귀는 새들. 나는 지금 뉴질랜드에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시원한 바람, 깨끗한 공기를 찾아 이곳에 왔고, 그것들을 누렸다. 인도네시아 > 태국 > 호주 > 뉴질랜드, 이것이 지난 4달의 여정이다. 곧 한국에 들어간다. 여행 중간에 집에 돌아가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예상 경로를 이탈하는 선택이 나를 집으로 안내했다. 반갑게 맞아 줄 사람들을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 그리고 한 달 후에는 러시아 횡 단열 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어디로 가게 될까? 점점 더 많은 것을 미리 확정해야 저렴하게,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렇게 두, 세 치 앞을 내다보지 않고 여행을 하는 것은 어쩜 가장 큰 모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멋진 경험을 안겨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종종 초창기에 여행하던 때가 생각난다. 스마트폰, 구글맵, 트립어드바이저, 에어비엔비, 우버, 그리고 모든 숙박 예약 앱이 없던 시절에도 여행을 했었는데, 사실 지금은 그것들이 없는 여행을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좀 더 낯선 곳을 향해 가는 여정을 꿈꾼다. 새로운 나에 대한 기대와 예전에 나에 대한 향수를 안은 채. 내게 남은 수많은 날들에 어떤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인생사 새옹지마.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누리고 감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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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슬픔의 날은 누그러지고,

기쁨의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으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침울하니 모든 것은 순간적이고,

금세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우니.


- 알렉산드르 푸쉬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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