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바람에 - 말문
혼자 숲길을 걷게 되었을 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두려움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곳은 숲에서 위협적인 동물을 만날 가능성이 없는 뉴질랜드였고,
악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조차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예전처럼 쉬이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의 감정을
안은 채 길을 걷는 내게 몇 가지 생각이 찾아왔다.
나는 어느덧 자연이 낯설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릴 적 내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던 거미, 벌, 개미를
지금의 나는 위협적인 존재 혹은 달갑지 않은 존재로 느끼고 있다.
예전엔 벌집을 보는 것도, 거미를 관찰하는 것도 즐겼는데
이젠 거미줄에 살짝 닿기만 해도 질색을 하고,
벌집은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니 말이다.
아는 것과 행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과거 행할 수 있었더라도 그리하여
여전히 이론적으로 알고 있을지라도
오랫동안 행하지 않으면 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어느새 자랑스러워하던
왕년 섬순이 세라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자연에 떳떳하지 못하단 생각도 들었다.
일회용품과 인스턴트의 편리함에 길들여졌고,
잦은 포스트잇과 플라스틱 백의 사용은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이나 불, 냉기와 온기의 에너지 낭비는
언급하기 부끄러워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따름이다.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자연에 홀로 남겨져 대면하고 나서야
죄책감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연스러움을 바란다.
나의 삶이 친자연적이길, 내가 자연스러운 사람이길 바란다.
그리하여 나는 떠났고, 여전히 떠나길 바라고 있다.
나로부터, 익숙한 것들로부터, 방관으로부터,
쉽지는 않더라도 내가 가치 있고,
올바르다고 믿는, 그 지향하는 삶을 향하여...
점점 이번 여정의 목표가 시간의 흐름과 두려움을 인정하되
나와 내 삶의 방식이 그것을 초월하는 법을
터득하는 데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정은 계속된다.
바람이 분다. 나는 자연스러움을 향해 걸어간다.
05.12. 여정 중 뉴질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