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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an 16. 2021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언제 어디서든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을 꿈꾸며.. Li.ED

1.

삶의 무료 앞에 서서 생각한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어쩌다 보니 여기 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한 선택이었다. 노동에 매이지 않는 삶, 돈과 성공을 좇지 않는 삶.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니 그런 생각이 찾아오는 시기가 각기 다르겠지만 이십 대 후반에서 서른 중반에 이르러 나는 확고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의 이상이 아니라 사회적 성과를 위해 일에 취해 살지는 말아야겠다. 돈만이 목적이 되는 일에 내 시간을 갈아 넣진 말아야겠다. 내가 정의한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추구되는 성공에 연연하지 말아야겠다. 일, 돈, 성공이 싫어서가 아니라 거기에 매몰되어 "자신"과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과 멀어져 버린 이들이 눈에 보였고 그게 내 미래가 되는 것이 두렵고 싫었다. 스스로가 자칫하면 환경에 매몰되어 그런 삶을 살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더 의지와 환경 관리에 연연해 온 것 같다.


작년 한 해 동안 코로나를 겪으면서 다양한 활동과 자유로운 여행은 제약되고, 그를 위한 비용이 필요하지 않으니 일을 더 줄여도 되었다. 나는 더 쉽게 재미와 의미가 담보되지 않는 일에 "NO"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일상에서 어쩔 수없이 채워지던 시간을 텅텅 비워 놓고 보니 그런 것들이 없다면 썩 생산적이고 재미있게 살 줄 알았던 내 삶이 퍽이나 무료하다고 느낀다. 새삼 퇴직 후 뭐라도 새로운 일을 찾아 다시금 열정의 불씨를 삶에 붙이는 중장년들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안락한 집이 있고 함께하는 가족이 있기에 괜찮을 수 있었지만 괜찮지 않았다면 기를 쓰고 환경을 바꾸려 애를 썼을 테니 어쩌면 지금의 그럭저럭 괜찮음보다 나은 결론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모두가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정말로 찾고 있는 것은 살아있는 경험이다. 순수한 물질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삶의 경험이 가장 깊은 내면의 상태나 현실에 공명하고, 그로 인해 정말 살아있음의 환희를 느껴보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 조셉 캠벨 <신화의 힘 中>


2.

무료한 일상에서 가장 쉬운 자극은 이미지이기에 부쩍 자주 영상물을 찾는다. 근래 <내가 일곱 번째 죽던 날>과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봤다. 둘 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일상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던져 주었다.


자신의 마지막 날을 영문도 모른 채 반복하여 보내게 되는 <내가 일곱 번째 죽던 날>의 주인공 샘은 더 잘 살아보려고, 어차피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막살아보겠다며, 반복되는 하루를 다른 선택으로 채워 넣는다. 영화를 보면서 최근 알릴레오 북's에 박웅현씨가 나와 언급했던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AMOR FATI(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삶의 교훈이 명료하게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주인공 샘은 저 교훈들을 일곱 번째 날 하루에 갈아 넣었고 그 끝에 죽음이 있었지만 쉽게 잊히지 않을 엔딩을 남겼다.


타입슬립을 할 수 있는 유전적 환경에서 자란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자신의 자잘한 잘못들을 고쳐가며 인생을 배운다. 그리고 삶의 어느 시기에 이르러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려 선택을 번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되돌린 두 번째 하루에서 그랬듯이 순간에 충실하게 살면 된다는 교훈을 얻어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도 행복하게 산다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영화는 우리의 일상이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절대 동일하지 않으며, 시간을 되돌려도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차이에서 비롯된 단 한번뿐인 모든 순간의 소중함과 충실할 필요성에 대해 넌지시 조명한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 앞에 서서 무료가 아닌 선택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간만에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썼다. 해야지 하면서도 미뤄 왔던 이 일을 온전히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임을 스스로에게 인지시키며. 글을 써야 하는 줄만 알았고 그래서 꾸준히 쓰던 삶의 한 때를 지나,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글을 쓰지 않고 보낸 시간들이 길어지니 다시 무언가를 쓰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그냥 뭐라도 쓰면 되는 건데.. 팔 것도 아니고;;


괜찮기 위해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저 오늘, 순간의 이야기를...



내가 일곱 번째 죽던 날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sDnsMG2yv2A

알릴레오 북's. 그리스인 조르바 - https://www.youtube.com/watch?v=kPYNyU12q04

어바웃 타임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tnyWkyDGW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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