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투어 가이드

이야기, 스물셋

by 방자

어제 저녁 탄자니아의 볼거리와 음악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아침식사를 하며 한국 드라마와 음악으로 넘어왔다. 우리의 주제는 '강남스타일은 어떤 음악이고 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탓는가'까지 나아갔다. 프르덴스가 강남스타일을 들어 본 적 없는 레스피를 위해 핸드폰을 켜 뮤직비디오를 재생하는 순간(엄청 끊김) 신부님이 도착하셨다(뭔가 비행하다 들킨 듯 움찔한 어린 양들). 우리는 하루만에 다시 성스러워진 식탁에서 아침을 맞는다.


10시쯤 아수르가 왔다. 프랑스인 파더 미셸과 알제리안 아수르 아저씨, 그리고 우리 둘(심지어 비는 머리가 아프다며 가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임). 뭔가 쉽지 않은 조합인 듯 하여 살짝 걱정되었지만, 프루덴스와 레스피가 함께 가고 싶다고 한 모양인지 파더는 자신이 운전을 할테니 다함께 가자고 아수르 아저씨에게 제안을 했다. 그렇게해서 우린 프랑스어 토크가 오가는 첫째줄(파더 미셸, 아수르), 스와질리어 토크가 오가는 둘째줄(프루덴스, 레스피), 한국어 토크가 오가는 셋째줄(비와 나) 이렇게 3개국어 방송을 켠채 작은 승합차에 올라타 스키다 투어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덕 위 스팟들 이었는데 한 곳에는 꺼지지 않는 커다란 횟불이 있는 (불과 함께 품어나오는 까만 연기 때문에 공기가 오염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뭔가 상징인 듯도 함) 페트롤 공장이, 또 한 곳에서는 바다 앞에 지어진 비슘공장(분명 비슘이라고 들었는데 뭔지 모르겠음. 그것으로 도로를 깔고 방수재질을 만드는데 쓰인다고함)이 있었다. 그 상황은 분명 기묘했다. 우리가 언덕위에서 넓게 펼쳐진 공장 대지를 바라보며 그 곳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들이 생산되고 그것이 알제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듣는 일 말이다(뭔가 이 잠재력 높은 땅에 투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가진게 없는 현실 앞에 의미없이 타인의 혹은 나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심지어 아수르는 설명하고 파더 미셸은 들으면서 맞장구 치고, 나는 옆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 기울이면서 어쩌다 나오는 아는 단어, 아주 가끔 간헐적으로 해주는 파더의 통역만 바라고 있고, 비, 프르덴스, 레스피는 멀찍이 떨어져 다른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기묘한 상황.


우리는 차를 타고 어떤 건물 앞에 섰다. 그 건물 앞에는 양쪽으로 사진들과 그림들이 프린팅 되어 붙어 있었다. '오~ 그림, 사진 전시장에 온 것인가?' 그것들을 보며 약간 기대를 했다. 하지만 건물에 들어 선 순간, 다시 찾아오는 기묘한 느낌. 우리는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 때 내가 이해한 상황은 이러했다. 전시장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고, 아수르는 '나야, 나 나 몰라? 대표 내려오라고 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그 후 정말 대표가 내려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했고, 또 다른 직원이 함께 와서 우리를 데리고 올라갔으나, 우리는 그림 전시장이 아닌 카페테리아에서 음료를 한잔씩 얻어 마시고 정치 토론이 벌어진다는 커다랗고 텅텅 빈 대통령 사진과 국기가 떡하니 걸려있는 컨퍼런스 홀과 컴퓨터실(컴퓨터는 많으나 사람은 없고, 현재 인터넷은 안된다고 함), 댄스홀, 미술룸, 라이브러리(사람 한명도 없음)를 하나씩 구경했다. 오~ 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아무도 정확하게 우리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아 혼란스러운 나는 나름의 추측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이것은 해외 공공시설 탐방이다(그 건물은 공공 건물이라고 함. 딱 봐도 알 수 있었음). 공무원도 아닌 내가 어쩌다 여기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수르는 자신의 인맥과 백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스키다의 자랑이라 할 만한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취향의 차이로 나는 감동받지는 못하고 있음) 그래도 우리끼라면 절대 할 수 없을 다양한 관찰을 할 수 있었는데 알제리에, 그것도 소도시인 스키다에 이 정도 하드웨어 시설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생각치 못했던(?) 일이지만 여기 공무원들은 이 좋은 공간을 텅텅 비워 놀리며 행사를 만들고 있지 않다(내가 볼 줄 알았던 그 전시는 끝난지 좀 되었다고 함). 우리는 방명록을 쓰고(공식 명칭은 스키타 문화예술센터 쯤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과 기념 사진까지 찍고 그 곳을 나왔다.

아수르가 내게 문어 좋아하냐고 점심으로 문어를 먹을 거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물론 살아있는 문어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왠걸 구운 오징어가 나왔다. 왜 오징어(squid)한테 문어(octopus)라고 하는거지? 순간 실망스럽고 잘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마도 어업이 발달하지 않은 이곳에서 그런 것들은 다 구분해서 이야기하진 않는듯하다(마치 우리에게 바나나는 바나나일 뿐, 아프리카나 동남아처럼 종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것처럼. 다들 오징어를 먹고 있는 중에도 계속 문어라고 함). 나는 식사 중 한국에서는 오징어도 생선도 다 날(회)로 먹는 문화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모두 처음에는 생선을 날로 먹는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으나 내가 어시장의 구조와 어업, 살아있는 생선을 회를 쳐서 먹는 문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니 뭐랄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눈빛이다(나는 설명하면서 생선이 살아서 상에 올라오는 우리의 문화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보기 전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맛을 직접 알려줄 수 없는게 아쉽다(아~회가 그립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근래 먹어보지 못한 만찬을 즐겼다(성당에서는 검소하게 먹는 편임). 아수르는 알제리산 생 블랙 올리브와 까망베르 치즈(자신은 한국 사람들이 까망베르 치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해줌)가 있는 샐러드, 각종 빵, (문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오징어 스파게티, 오징어 구이, 각종 로컬 음료 등 성심을 다해 우리의 먹거리를 시켜 준 듯 했다. 우리가 무슨 복으로 처음뵙는 분께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많은 것들을 얻어먹고 가이드까지 받는 혜택을 누리는지(순간 이게 삼성 덕인가 싶기도 함) 알 수 없지만 (나와 취향과 방식은 매우 다르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수르가 참 고마웠다.


점심 후 혹시 다른 곳에 가고 싶냐고 묻는 그에게 사양을 전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아수르는 다음 날 다시 와서 두 손 가득 요리할 먹거리를 사 주심). 파더 미셸이 바쁜 것이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오후에는 성당의 정원 손질과 청소, 한글 과외(레스피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음), 탁구 등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성실하고 검소한 파더와 모범학생 레스피, 늘 자신감 넘치는 프루덴스, 비를 특별히 좋아하는 개냥이, 까만 오리, 심지어 정원에 사는 엄청 빠른 육지 거북이까지.. 나는 좋은 식구들이 함께하는 이 곳의 삶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듯 하다.



<표지 사진 : 스키다 문화 예술 센터의 건물 밖에 붙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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