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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Feb 26. 2021

내가 창의적이라고 느꼈던 순간

언제 어디서든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을 꿈꾸며... Li.ED

프로젝트 Li.ED 과제입니다. 내가 낸 과제를 내가 하고 있어요. 창의적인 순간이네요!! ;)


1.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상상력의 현실화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자신감). 초등학교, 중학교를 합쳐 여섯 군데의 학교를 다닌 나는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 더 이상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았고 생각했다. 학교는 권위적이고 재미도 없는 데다, 권위를 내세우는 만큼 이성적 의사결정을 하지도 않는 듯했다. 고등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말했지만 반대하셨다. 기숙 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학교에서 나오고 싶어 검정고시 학원과 자퇴생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고, 학교를 그만두기 전 고등학생으로 누려봐야 할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 하나씩 실행했다. 정 안되면 집도 나가고 학교도 나가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검정고시 학원에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부모님께서 나의 계획을 알게 되셨고, 부모님과 선생님과의 진지한 면담 끝에 꿈꾸던 자퇴생이 되었다. 이게 내가 임팩트 있게 기억하는 상상 현실화의 초기 에피소드이다. 막상 학교 밖에 나와보니 학교는 재미없지만 학생은 축복받은 신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원에도 들어가 오래오래 학생이란 신분을 활용하여 여행 다니는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역시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후로도 자주 협상과 거래, 계획과 타협의 방식으로 내가 상상하는 삶을 현실화하며 살아왔다. 이 정도면 창의적인 걸로.. ;)

 

2.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문제 해결력이다. 어떻게 보면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하거나 이상적인 상태로 만든다는 면에서 상상력의 현실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제 해결은 내가 썩 재주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이다. 사실 나는 문제를 만나려고 여행을 다닌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지에서 대면한 크고 작은 문제와 불편들을 타인의 도움 없이 해결한 것이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나를 깨어있게 하였다. 자잘한 여행 문제 해결을 이야기해 보자면, 아무리 더워도 샤워는 따뜻한 물이 필요한 나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인도의 지방에서 지낼 때는 커다란 바케스에 물을 담아 낮시간 내내 해가 잘 드는 베란다에 뒀다가 해가 지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며 지냈다. 먼지가 날리는 버스를 탈 땐, 스카프나 옷을 이용해 히잡을 만들어 썼다. 말이 안 통할 땐 그림을 그렸다(요즘엔 통역 앱이 생겨서 그럴 필요 없음). 배가 고픈데 돈 없이 공항에 억류되었을 땐 단지 밥을 위해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은 사람이 되는 연기도 했다. 기억에 남은, 그리고 남지 않은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겠으나 아직 두려움이 남았는지 차마 큰 이슈들은 윤리적 이슈가 꺼려져 가볍게 꺼내지지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울고 불고 웃고 넘어지고 한 20여 년의 여행자 세월을 거쳤음에도 내가 상처에 무너지지 않고 생채기를 향기로 간직한 여행자로 남아 있다는 것이 내가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자만 같기도 하고.. ㅎ


3.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만의 매체로 타인이 매력적으로 느끼며 영감을 얻는 상상력을 표현해내는 사람이다. 그건 표현의 매체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와도 관계가 있는 문제이다. 나는 내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잘 다루는 매체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말과 글 정도 인듯하다. 내가 내 몸과 손으로도 상상을 마음껏 발휘하는 사람이기를 꿈꾼다. 내 춤이 나의 내면의 상상력을 표현하길 바라고, 내 그림이 내가 상상하는 세상을 그려낼 수 있길 바란다. 내 노래에 내 소울리 담겼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다지 소질이 없는 데다 큰 노력을 하지 않는 관계로 예술 분야에 창의성 높은 사람으로 자부하는 날이 내 삶에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만족스러운 표현에 미소 짓는 날이 올지도..  


4.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옷과 화장을 벗은 본연의 나이다. 이게 지금 내가 찾아 떠난 아이다. 척을 다 빼고, 두려움에 기반한 부정적 리액션을 다 뺀다면 내게 무엇이 남을까? 이 여정의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과 시작, 이어가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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