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소지

이야기, 서른하나

by 방자

Airbnb 예약할 때는 숙소에 와이파이가 있다고 봤는데, 잡히지 않아 호스트 아민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잤더니 아침 와이파이가 고장 나서 그렇다며 고치러 오겠다고 했다. 이른 아침 낯선 손님들을 맞았다. 인터넷 선을 연결하러 2명의 기사가 왔고 곧 아민도 왔다. 어제와 달리 여유가 생긴(작업하는 기사들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와 아민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직업은 아키텍처(알제에서 아키텍처를 많이 만나는 것 같음)라고 했다. 근래 파리와 런던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Airbnb를 시작했고, 우리가 이 숙소에 머무는 두 번째 게스트라고 한다(그는 우리가 본 사진과 숙소의 실제가 같지 않냐며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듯이 이야기했는데, 파리와 런던의 Airbnb 숙박 시설 중 사진과 많이 다른 곳이 있었나 보다. 그 씁쓸한 기분 나도 안다). 사실 1박에 USD 60 달러를 넘는 금액은 알제리에서는 큰 돈이다. 물론, 국가 전반에 관광기반 시설이 안되어 있어 숙박 시설 자체가 전체적으로 비싸기는 하다. 차마 머물고 싶지 않은 1인용 숙박 시설은 2000 디나르가 안 되는 금액에 묵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불편없는 생활(따뜻한 물, 변기 뚜껑, 자는 게 괴롭지 않은 정도의 침대 매트, 청결 등)이 보장되는 시설은 기본 USD 70 달러 이상은 생각해야 하는데, 호텔 방에는 심지어 성이 같은 가족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시설이 좋지 않아도, Airbnb 기본 금액 역시 USD 35 달러 이상으로 시작한다. 나는 USD 60 달러에 알제에서 이 정도 집을 누릴 수 있는 건 매우 괜찮은 딜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알제에 집을 가지고 있는 호스트 아민에게도 좋은 딜일 것 같다.


주변에 빵과 야채를 살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묻자 그는 와이파이 설치가 끝나면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함께 숙소를 나섰다. 비가 ‘어, 랜드로버네'라고 말한 한 그의 차는 알제리에 와서 타 본 차 중 가장 고급스러운 (한국에서도 쉽게 타볼 수 없을 것 같은) 차였다. 그는 우리를 슈퍼마켓에 데려다줬는데, 알제리 와서 내내 빵은 빵가게에서, 야채는 야채가게에서, 잡화는 잡화점에서 산, 그래서 그게 당연 한 줄 알았던(아직까지 한 마켓에서 다 파는 가게에 가 본 적 없음) 우리는 그 모든 게 한자리에 있는 그 슈퍼마켓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국으로 치면 중소도시에 있는 단층짜리 이마트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음). 알제리에도 이런 게 있었구나!! 아, 우리는 아직까지 알제리의 반쪽 세계만 봤던 것이다. 이 나라는 넓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는 그의 집부터, 차, 그리고 슈퍼까지 내가 아는 알제리 같지 않은 알제를 접하면서 더욱 고작 한 달의 알제리 경험을 가지고 알제리는 어떻다고(아수르가 한국은 어떻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아직 알제리 잘 모름).


점심으로 파스타를 해 먹고(기름이 없어서인지 아직까지 먹었던 파스타 중 가장 맛없는 파스타를 먹음) 컴퓨터를 켜 한 달 생활 정산을 시작했다. 둘이 한 달 동안 쓴 돈은 한화로 약 130만 원 정도. 아직까지 여행 국가 중 최소 경비(일주일 머문 오스트레일리아보다도 적게 씀)이다. 최소 경비의 이유는 우리에게 돈이 없었고(현금이 얼마 없었는데 인출이 매우 어렵고, 환전 또한 쉽지는 않아 아껴 살음), 사람들의 도움으로 전혀 돈을 쓰지 않고 지낸 날들이 꽤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금 USD 420달러(환전 금액으로는 70,000 디나르가 안되고, 한화로는 500,000원 정도)로 4주를 살았다. 여기에는 호텔 1박 5,000 디나르와 콘스탄틴 성당 숙박 4박 4,800 디나르, 그리고 장거리 기차 및 택시 교통비 10,000 디나르, 성당 헌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실제 먹고살며 여행하는 생활비는 주당 10,000 디나르(60달러 정도. 오늘 하룻밤 숙박비)가 안되게 지출한 것 같다. 온라인 결제를 통해 카드로 지출한 금액은 USD 800 달러 정도로, Airbnb를 통해 예약한 알제 7박 숙박(2박/2박/3박)에 대한 비용은 35만 원 정도이고, 파리 - 알제행 편도 에어 프랑스 항공은 400,000원 정도였다(우리는 돌아다니는 장기 여행자이므로 항상 입국 교통편만 그 국가의 여행경비에 포함시킨다. 모든 경비 2인 기준). 하지만 감히 짧은 경험으로 말하자면, 알제리는 물가가 한국에 비해 엄청 저렴하지만 한국 수준의 것들을 누리고 싶다면 한국 정도 혹은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여행자 기반시설을 되어 있지 않다. 나는 솔직히 누군가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알제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말리고 싶다. 하지만 낯섦을 향해 도전적인 여행을 해보고 싶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고 싶다면 알제리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늦은 오후, 파더 미셸에게 전화가 왔다.


Hello, how are you, father! I miss you!


반갑게 받은 전화 건너편에 파더 미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주르와 프루덴스, 레스피가 함께 있는데 우리 이야기를 해서 궁금해서 연락하셨단다. '아. 나도 거기 있고 싶어요~’ 나는 전화를 받으며 괜스레 맘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립고 그랬다. 사막을 보러 온 비나, 혹시나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 나나 어쩜 우린 원하던 여행을 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더 미셸이, 아수르가, 프루덴스가, 레스피가 세계를 여행하며 방황하는 우리에게 사막 여우 같은, 내가 가진 것들과 내가 경험한 것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좋은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 준 것 같다고.



<표지 사진 : 우리가 머물렀던 알제 Airbnb 숙소 전경. 창 밖으로 멀리 독립 기념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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