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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은 어떻게 삶의 힘이 되는가

북리뷰 _homo eruditio #14

by 방자
느낌은 어떻게 삶의 힘이 되는가 _ 디디안 디트마 / 2023 / 한국NVC출판사


작년 말, 아는 코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이후 코치들과 책모임을 꾸려 꾸준히 “감정 탐구”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첫 책으로 이 도서를 선택했다. 반년 만에 다시 읽은 책은 낯설 만큼 새롭게 다가왔고, 코치들과의 나눔은 책의 의미를 훨씬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책의 지향이 느낌을 힘으로 쓰는 것이라면 먼저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느낌이 쎄한데?’, ‘이거 느낌 좋다!’, ‘난 이제 너한테 아무 느낌도 없어.’ 우리는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하지만 막상 ‘느낌이 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느낌’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가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 모호한 ‘느낌’을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1. 오감을 포함하는 신체감각

2. 배고픔·질투·목마름 같은 본능적 욕구 = 생물학적 프로그램

3. 분노·슬픔·두려움·기쁨·수치심 같은 순수한 느낌 = 사회적 힘으로써의 느낌

4. 해소되지 못한 느낌의 축적, 즉 감정

5. 사랑·연민·신뢰 등 마음의 능력(의식 상태)


이 구분은 넓고 모호하던 느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책에서는 특히 3번 순수한 느낌(Feeling)과 4번 감정(Emotion)을 주로 다루는데 이 구분이 내가 가지고 있던 정의와 달라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이질감 덕분에 오히려 책의 정의를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느낌을 감각적인 것, 감정을 생각이 개입된 비슷한 개념쯤으로 여겨왔던 것같다.


책은 다섯 가지 순수한 느낌을 상황 해석과 연결해 설명한다. 예컨대 ‘잘못된 일이야’라는 해석은 분노를 불러오고, 그 분노는 정의와 결단력이라는 힘으로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반대로 왜곡되면 공격과 파괴로 흐른다. 슬픔은 놓아주고 받아들이는 힘이지만, 지나치면 무기력으로 빠진다. 두려움은 주의력과 직관을 주지만 과하면 불안과 회피로 변한다. 이런 식으로 각 느낌은 힘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다.


참고 - 5가지 느낌의 해석과 힘


느낌의 요소와 힘을 이해하는 건 흥미롭다. 하지만 ‘부정적인 느낌은 나쁘다’ 같은 고정관념(책에서는 절대신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건 감정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나에게는 특히 “통찰은 지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치유는 감정 차원에서 일어난다."는 문장이 와 닿았다. 이성적 판단을 중시하는 성향이라, 생각을 분석하는 건 잘하지만 정작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데는 서툰듯 하다. 그래서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관찰/이해가 아니라, 그저 느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느낌은 내 안의 바다와 같다"는 비유가 떠올랐다. 큰 파도 같은 강렬한 느낌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리지만 잔잔한 물결 같은 미묘한 느낌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다. 작은 물결까지 감지해 힘으로 바꾸려면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마치 서핑을 배울 때처럼..


나는 좋아하는 여행에서 주로 큰 파도의 느낌을 경험했던 것 같다. 여행의 감정은 상처보다 성찰로 이어졌고, 덕분에 일상의 작은 흔들림에는 강해졌다. 아마 내가 여행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낯선 곳, 낯선 이와의 감정이 비교적 쉽게 배움이나 성장의 거름이 되니까. 만약 잔잔한 물결 같은 느낌까지 에너지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을 내게 던졌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을 적어두고 싶다.

느낌은 문제가 아니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앞으로는 느낌을 피하지 않고 맞이하는 마음으로, 감정 탐구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아야겠다.



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은 마중 질문 >>

느낌, 감정, 감각, 생각은 어떻게 다른가?

당신은 화, 슬픔, 두려움, 기쁨, 수치심 등의 순수한 느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당신에게는 느낌을 “힘”으로 쓴다는 말이 어떻게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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