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불편함과 요가의 어려움

이야기, 둘

by 방자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한 거야라지만 그 불편함 자체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고달프고 힘겨워지는가? 나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스투어트 밀의 말을 신앙처럼 믿고 살았지만, 막상 어쩔 수 없이 배가 고프고 몸이 힘들면, 생각도 글쓰기도 어려운 것이 나의 실체이다.


인도 고아에는 여럿의 비치와 비치 리조트, 크고 작은 숙소와 카페,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다. 인도에 오기 전, 고아의 바닷가 근처에서 진행되는 30시간짜리 요가 워크숍을 예약해 두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처음 접한 아쉬탕가 마이솔 스타일 요가가 매우 마음에 들었던지라 인도에 오면 마이솔에 가서 요가를 배워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마이솔에 가기 전 바다가 보이는 좋은 숙소에서 여유롭게, 하지만 좀 더 제대로 요가를 배우며 여정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처음 화폐개혁으로 약간은 삐그덕 거리며 시작한 인도 여행도 고아에 가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1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고아에는 새로운 도전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아 남부 Madgaon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40Km를 더 가서 도착한 Petnam beach(이 작고 평화로운 비치를 고아를 찾는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음)에는 우리가 찾는 요가원이 없다. 지난달 고아 북부로 옮겼다는 것이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 요가원은 계절별로 다른 곳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곳은 여기서 우리가 온 방향으로 80Km 거리를 되돌아가야 있는 곳이었다. 현금이 없어 툭툭 값 아껴가며 장시간 땡볕에 걸어서 도착한 인도의 시골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절망감이란.. 그때의 북받치던 서러움은 글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행히도 우리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여러 신들의 보살핌으로(달리 어찌 설명하겠는가? 아주 우연히 80Km 거리에 사시는 요가 선생님이 그곳에 떡하니 나타나 우리를 픽업해준 것을) 다음날 고아 북부 Morjim beach 근처의 요가원에 도착하였고, 트레이닝을 시작하였다. 200시간짜리 요가 티칭 트레이닝 코스와 일부 함께 진행되는 우리의 프로그램은 일일 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모닝 아쉬탕가 프랙티스는 아침 6시 반에 시작하여 10시쯔음 끝난다. 같은 아쉬탕가이지만 셀프 프랙티스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솔 스타일과는 달리 앞에서 누군가 리드하는 클래스이다. 가벼운 아침을 먹고 나면 2. 11시 반부터 1시까지는 다양한 보조 도구를 이용하여 자세를 교정하는 아사나 개인 교습이 진행된다. 가슴을 펴고, 허리를 오목하게 말고, 무릎에 힘을 주고.. 조금 더 조금 더..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보내고 나면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오전에 5시간 가까이를 온전히 몸을 쓰는 활동에 매달린 후 오는 4시간의 자유시간은 온전히 휴식에 쓰인다. 빨래, 간단한 일과 처리를 하기가 바쁘게 쓰러진 듯이 자게 되는 것이다. 3. 저녁 수업은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이 시간에는 매일 다른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의 니즈 중심으로 수업내용이 진행된다(우리가 있는 동안에는 숄더 오프닝, 명상, 경락 마사지 등의 워크샵이 진행됨). 8시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저녁을 먹고, 찬물에 아찔한 샤워를 하고 나면 무언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보다는 그저 늘어져 콘텐츠를 소비하다 잠들게 된다(글을 못쓰고 있음에 대한 핑계).


어느덧 그렇게 그렇게 닷새가 갔다. 첫째 날에는 어깨, 등, 허벅지 등이 근육통으로 괴롭더니 둘째 날부터는 그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제 그 고통은 익숙해져 고통 속 개운함을 느낀달까? 힘들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완전 채식에 저염식단인 식사는 늘 허기짐을 주었지만, 여전히 뭔가 보충식품을 몸에 넣어줄 만한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분명 몸은 가벼워지고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아마도 요기들은 이보다 훨씬 검소한 환경에서도 늘 더 연습하고 명상하며 살겠지? 하지만 나는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그저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느낀다. 내 머릿속에는 시원한 맥주 한잔과 치킨에 대한 그리움, 빠른 인터넷을 쓰고 싶은 욕구가 둥둥 떠다닌다. 그게 있어야만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람답게 살 거 같다. 굳이 몸에 나쁜 콜라라도 몸속에 집어넣고 싶은 기분이랄까? 요즘 나는 나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내가 얼마나 세속 된 인간인가를 많이 느꼈다. 그리고 많은 외국인들이 인도에서 사는 것이, 여행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현지인들의 삶과는 다른 수많은 특별 대우와 자원의 소비 속에 사는 이곳의 현실에 대해서도 다시 바라보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가 트레이닝은 내일이면 끝난다. 나는 아쉬탕가 프리머리 시리즈의 자세를 거의 다 이해했다(몸으로 말고, 머리로만). 앞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 모닝 프랙티스에만 참여하여 연습하고 일상의 다른 일들(소설 쓰기 같은)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내일 밤 버스로 벵갈루루로 가서 여유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해보고 인도 여행을 더 진행할지 스리랑카로 넘어갈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고아의 외곽에서는 여전히 현금 인출과 환전이 어렵다.


내 소설 속 주인공 이단아의 이야기는 A4 다섯번째 장에서 멈춰 글 속에서 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였다. 로맨스가 되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새 주인공 역시 여자라, 우정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는 인도에 사는 내 또래 한국인 여자인데, 인도인 요가 선생의 와이프로 살고 있다. 그녀의 모티브는 이번에 만난 한국인 여자 친구와의 열애 끝에 헤어진 인도인 요가 선생님의 이야기와 2년 전 북부 인도 여행에서 만난 인도인 남편과 살고 있는 한국인 언니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글의 주 무대는 인도는 아닐 것 같지만, 둘(이단아와 새 주인공 반민주)이 만나는 곳은 인도가 될 것 같다. 글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매일 밤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글로 정리되길 바래본다.


<2016.12.09. 소들이, 개들이 잠드는 아름다운 석양을 품은 고아, 모르짐 바다에서>

*제가 참여한 30시간 요가 워크숍은 보조도구(Props)를 이용하여 더욱 정확한 자세로 훈련하는 것을 추구하는 Iyenga (Ashtanga) Yoga를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제대로 배우고 싶은 분들이나 요가 티칭 코스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괜찮은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이트를 공유합니다. https://www.abhinamyo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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