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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Oct 12. 2023

회사 면접은 처음이라

방송작가 면접과 일반 회사 면접의 차이

면접을 본다는 기쁨도 잠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걱정이 몰려왔다.

방송작가 면접은 여러 번 해봤지만, 일반 회사의 면접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그게 그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방송작가 시절 면접을 떠올렸다. 방송작가 면접은 프로그램마다 작가에 따라 다르다 보니 정말 다양한 면접을 경험했다.


처음 본 작가 면접은 카페에서 진행됐다. 카페에서 만나자는 말에 사기가 아닌가 싶었지만, 방송국 출입이 번거롭거나 제작사 내부 면접 공간이 마땅치 않을 경우 카페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당시 면접에서는 거창하게 무엇을 말하는 게 아니라 캐주얼하게 진행됐는데 함께 일하게 될 서브 작가가 들어와서 막내인 내가 일을 함께 잘할 수 있을지 일하는 성향을 파악했다. 나는 묻는 말에 대답하고, 커피를 얻어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면접은 조금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지원한 곳은 방영한 지 오래된 정규 프로그램으로 역사(?)가 있다 보니 면접도 제대로 보는 것 같았다. 면접 장소는 방송국 본사였고, 전에 일하던 곳이 아닌 처음 가보는 방송국이라 떨렸다.

1층 로비에서 신분증을 내고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한 뒤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번쩍이는 이곳에서 일하는 상상을 하며 면접을 보는 층으로 갔다. 1대 다수로 면접을 보려나 생각했는데, 지원자 6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보는 다대다 면접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면접 방식에 당황해 손에 땀이 찼다. 그리고 작가 두 명이 들어와 질문을 하면 돌아가면서 답변을 하는 식이었다. 다행히 끝에서 2번째 자리를 배정받아 답변을 생각할 시간을 벌었고, 역순으로 답변을 할 때에도 맨 처음이 아니라 앞에서 하는 말을 참고하여 다르게 답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결국 약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여 일하게 되었다.


세 번째 면접은 아는 작가님의 추천으로 이력서를 써서 제작사 대표님과 1대 1 면접을 보게 되었다. 작가가 아닌 분과의 면접은 처음이었지만, 작가가 들어와서 보는 면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네 번째 면접은 피디, 작가 모두가 들어와 있고, 나 혼자서 면접을 보는 1:다 면접이었다. 피디, 작가님과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면서 대답을 하고, 신경을 써서 말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때는 대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어서 면접 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묘한 경쟁심이 생겼다.


이렇게 다양한 면접 경험을 한 나에게... 어떤 면접이 기다리고 있을지 떨렸다.


예상질문을 뽑고, 답변을 정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흔한 세미 정장이나, 면접복이 없었기 때문에 정장을 빌려주는 곳을 찾아야 했다. 방송작가 면접 때는 자율복장으로 깔끔한 셔츠, 청바지, 슬랙스를 입었는데 왠지 일반 회사에선 그렇게 입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신경을 썼다.


마침 서울시에서 취업하는 청년들을 위해서 무료로 정장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고 하길래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촌으로 갔다. 그곳엔 정장이 가득했고, 블라우스, 재킷, 치마 등 종류가 엄청 다양했다. 나는 깔끔해 보이는 화이트 블라우스와 엉덩이를 조금 가리는 재킷, 깔끔한 바지와 가장 굽이 낮은 까만 구두를 골랐다.


그리고 면접 당일 떨리는 마음을 안고 회사 주소로 찾아갔다. 평소 잘 입지 않는 옷과 구두를 신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제일 낮은 구두임에도 불구하고 또각거리는 소리와 착용감이 어색했다. 10분 일찍 회사 앞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담당자분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회의실로 안내해 주셨다.  


테이블엔 내 이력서가 여럿 놓여있었고 페이퍼를 보니 면접에 들어오는 인원이 대충 파악이 되었다. 종이컵엔 따뜻한 차가 담겨 있었고 면접 시간을 기다리면서 홀짝홀짝 들이켰다. 이후 면접관분들이 들어와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1대 다 면접. 이미 경험이 있던 터라 다행이었다.


질문으론 예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왜 이직을 하게 되었는지

예상 질문을 빗겨나가지 않았고 준비해온 답을 했다.


이곳에서 해야 하는 일도 전에 했던 방송 업무와 비슷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어필했고, 전체적인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끝에서 조용히 듣고 계시던 한 분이 입을 떼었다.


"프리랜서로서 계속 일하셨는데,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겠어요? 예전에 저희 회사에 프리랜서 작가 분이 입사했는데 그분은 오래 못 버티고 퇴사하셨거든요. 회사라는 조직이 정시 출근, 정시 퇴근에 프리랜서처럼 자유롭지가 않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순간 뜨끔했다. 그리고 잠시 그러한 선례를 남긴 프리랜서가 원망스러웠다. 물론 일부 프로그램은 촬영, 회의 때만 출근하는 곳도 있었지만, 나는 무늬만 프리랜서였다. 예전에 일했던 곳은 매일 10시 출근에 퇴근 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그것이 6시 보다 더 빠른 경우는 드물었다. 또 월~금 상근에 일이 많으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고, 매주 밤샘은 기본인 곳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정해진 이곳의 근무 환경이 더 나아 보였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선 솔직하게 말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느 프리랜서와는 다르게 상근이었습니다. 그리고 월~금 10시 출근에 적어도 6시가 지나야 퇴근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주 5일 길면 6일 이상 일을 하거나 기본 근무 시간보다 더 길게 일할 때가 더 많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의 답변에 만족하셨는지 질문을 하신 분은 별말 없이 넘어갔다. 면접이 거의 끝나갈 무렵 몇몇 분은 나가시고, 나머지 할 이야기가 있다며 한 분이 남으셨다. 그리고 전에 일할 때는 얼마 정도 받았는지, 얼마를 받길 원하는지 본격적으로 연봉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질문은 예상 질문에 없던 건데..'


회사는 처음이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살짝 고민이 되었고, 작가 일할 때 월급을 솔직하게 말했다.


"한 달에 많이 받았을 때는 N만원 정도 받았고요. 보통은 NN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고정된 금액은 없었어요?"

"아, 저희는 주급이라... 주급 페이가 적용되거든요"


이렇게 대답하자 살짝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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