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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Oct 10. 2023

프리랜서 방송작가, 퇴사 후 회사에 지원하다

방송국 퇴사 그리고 우당탕탕 입사기

방송작가로  5년간 일을 하다가 거의 잘리다시피 방송국을 뛰쳐나왔다. 


긴장의 연속인 생방송, 퇴근 없는 삶, 주말에도 일일일, 언제 어디서 일을 할지 몰라 항상 노트북을 챙겨 다녀야 하는 불안한 삶, 함께 일하는 작가와의 트러블 등... 5년을 일해도 적응하기 힘든 문제들이 몰아쳤고 버티는 게 답인 줄 알았지만, '이 일을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피디, 작가님과 면담 후 그토록 원했던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방송국을 나오던 날,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좌절감에 빠졌고 회복은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방송작가로 바로 취업하여 쉼 없이 달려왔기에 몸과 마음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가족들도 너무 힘들면 쉬어도 된다는 말에 위안을 삼고 갭 이어를 가지며 마음 돌보기에 힘쓰기로 했다. 당시엔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라 여행은 가지 못하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카페 알바를 하거나 배우고 싶었던 베이킹, 일러스트 등을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도 점점 돌아왔다. 그렇게 10개월 정도 시간을 보내고, 모아 놓은 돈이 거의 바닥이 날 무렵 구직 활동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방송국으로 다시 돌아갈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사람인', '잡코리아'와 같은 구직 사이트에 가입했다. 방송작가는 보통 아는 작가님이 어떤 프로그램에 자리가 났다더라~라고 하면서 이력서를 전달하는 식으로 인맥, 추천으로 들어가거나 방송작가 구직 사이트 혹은 약 3,000명이 있는 작가 단톡방에 구인구직 글이 올라오면 적혀 있는 이메일에 이력서를 넣어보는 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사람인, 잡코리아를 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 정직원으로 살아보고 싶었기에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어 있는 회사를 찾아봤다. 프리랜서가 잘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딘가에 정확하게 소속되지 않고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사라지면 또다시 일자리를 잡아야 하는 구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방송작가는 일을 하다가 잘리거나 그만두어도 퇴직금은 받을 수 없고, 방송이 나가지 않는 기획 단계에서는 페이를 적게 받으면서 일해야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중계가 잡혀 결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무급 휴가를 보내야 했고 방송국에 일하고 있지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방송국에 출입할 시에 사원증이 아닌 출입증을 사용해야 하고, 정직원 PD가 사용할 수 있는 시설물과 출입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식비 지원이 안 되는 경우 구내식당 이용이나 임직원 할인은 되지 않았다.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다른 것들이 은근한 불만으로 자리 잡았고 회사 혜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정규직이 되고 싶었다. 4대 보험으로 고용이 보장되는 삶, 퇴직금이 나오는 삶은 어떨지 궁금했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나에게 '회사원이 조금 더 잘 맞을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결정한 선택이었다. 


구직 사이트를 처음 클릭했을 때 수많은 기업들과 직무에 처음으로 기가 눌렸다. 어디로 지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력이라곤 방송작가 이력밖에 없었기 때문에 막막했다. 


이력서도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했다. 나의 방송작가 이력서는 조금 간단한 편이었다. 사진, 이름, 나이, 주소 그리고 그 아래 일했던 프로그램을 쭉 나열하고 업무를 적었다. 그리고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소개서 한 장이 다였는데...  회사마다 다른 자기소개서 문항과 회사 사이트에 직접 입력을 하고 글자수 제한이 있는 등 색다른 이력서 작성 방식에 당황스러웠다. 


'마케팅?...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콘텐츠 기획 이런 건 해볼 만한데...'


신입으로 지원을 해야 할지, 경력직으로 지원을 해야 할지 애매했다. 그 흔한 토익성적, 관련 자격증도 없었기에 신입으로 몇 번의 이력서를 넣다가 포기했다. 작가 일을 할 때는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이 일반 직장에 지원할 땐 당연하게 필요한 것이기에 자격증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자격증 공부를 하고 또 언제 취업을 하나..라는 생각에 나름 타협점을 찾았다. 글을 쓰고 영상, 콘텐츠를 구성하는 일은 좋았기에 작가 경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직무로 지원을 하기로 했다. 별 수 없이 검색창에 방송작가를 검색하니 몇 개의 구직 글이 떴다. 


방송작가 경력자를 원하면서 방송국에선 일하지 않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일. 당시 유튜브 콘텐츠에 관심이 있어서 홍보 영상,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하는 한 대행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비슷한 일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력 위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일주일 동안 자기소개서를 쓰고, 고치고를 반복한 끝에 결국 제출을 했고 며칠 뒤,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기쁜 마음도 잠시, 일반 회사의 면접은 처음이라...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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