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다 멀어졌을까?

by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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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학교 내에 자리 잡은 미술관 1층 잔디 정원에서다. 내 남자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했던가, 기억이 흐릿한 그 대화가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외면이 특이하고, 너는 내면이 특이해.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즈에 백팩을 멘 스무 살의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친구는 도쿄 패션위크 화보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장르가 다른 이야기 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자주 어울려 시간을 보냈다. 봤던 영화나 읽은 책에 대하여, 종교와 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그랬던 것 같은데 불분명하다. 입안에서 서걱거리는 모래가 씻겨 나가고 대신 이해하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으로 편안하고 즐거웠던 기억만 선명하다.


어느 날인가 친구는, 스테이플이 단정하게 박힌 제법 두툼한 A4용지 한 묶음을 내 앞에 내밀었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었다. 그 예쁜 소설을 읽으며, 나는 조금 불안해져 버렸던 것 같다. 못을 박아버렸다. 선을 그어버렸다. 친구와 나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친구의 이름 세 글자와 ‘디자이너’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타이핑하고 엔터 키를 눌렀다. 검색 목록 상단에 친구의 사진이 실린 인터뷰 기사가 뜬다. 역시나, 친구는 자신만의 빛나는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었다. 어쩌다 멀어져 버린 친구, 사진 속 친구의 눈빛이 단단하다. 혼자서만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야속하지만, 멋지다.


우리는 어쩌다 멀어졌을까?
멀리에서지만 나,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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