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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Apr 24. 2021

질문들만 갖고 있는 사람


많은 해답들을 가진 사람은

정보의 장에서

종종 발견되고

그곳에서 자비롭게도

자신의 심오한 발견들을 나누지.


한편 질문들만 갖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음악을 만들지.


-메리 올리버의 <많은 해답을 가진 사람>


나는 내가 해답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짧지 않은 시간 정보의 장에 머물렀다.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밍글밍글, 칵테일파티의 밍글링. 사람들은 이것과 저것을 더해 섞고 흔들어 마시고 마신 것과 꼭 같은 성질의 이야기들을 게워냈다. 나는 하나의 사물처럼 그곳에 놓여있었다. 듣고 또 들었다.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환영받았고 소외되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쓰라는 과제를 받아 들었다. 나는 스스로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감상하고, 평가하고, 비판하기를 즐겨하는 사람. 나에겐 ‘라는 레이블이 달린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나열하는 일은 무용하게 느껴진다. 나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나에게 소중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일은 아니다. (그만큼 나를 드러내는 일은 중요했었다, 과거에는.) 앞으로의 날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무형의 것을 들추어내며 지내고 싶다. 하여 도돌이표. 유일한 도구인 ''라는 렌즈의 특성을 밝혀둘 필요가 있겠다. 나는, "질문들만 갖고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춤을 춘다.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아름다움에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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