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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l 20. 2021

보리굴비와 오차즈케

나를 응원하는 음식

이유식 단계를  벗어난  아이를 키우던 때에 이르러서는 ‘생선은 정말 싫어!’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은 아플 , 특히 편도가 붓거나  안에 염증이 생겨  먹지 못할 때에도  쩌낸 조기의  살을 발라 밥숟가락 위에 얹어주면 어린 날의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받아먹었다. 나는 빈번히 생선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좋았지만, 조리와 설거지, 살점을 발라먹고 남은 부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릿함에 그만 질려버렸다.


그즈음이다. 보리굴비와 오차즈케가 정갈하게 올려진 상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마주 앉았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에 체할 때마다  등을 두드려도 주고, 쓸어도  사람, 내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기뻐서 펄쩍, 그러다 몸이 아파 공부를 쉬게 되었다는 소식에 속상해서 풀썩한 사람. “녹찻물에  밥을  숟가락 떠서  위에 굴비를   얹어서 드셔 보셔요.” 하고, 보리굴비를 처음 먹는 나에게 그녀는 예의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했다. 쌉싸름한 녹찻물에 흩어진 밥알들이 육질이 단단하고 풍미가 진한 보리굴비와 어우러져 입안 가득 채워졌다. 씹을수록 시원하고 든든했는데 속은  가벼워졌다.


오늘은 마침 쌀뜬 물에 담가 두었던 보리굴비가  마리 있어서 그걸   쪄낸 다음 팬에 가볍게 구워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것들을 꼭꼭 씹어 넘기는데 목구멍에서 자꾸만 눈물이 올라온다. 나는 알아버렸다. 그녀의 응원이 향하는 곳이 내가 되고자 했던  무엇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였다는 것을. 그게 너무 고맙고 분에 넘쳐서 나는 운다. 울면서 오차즈케와 굴비를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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