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도 지나치면 병이다.”
남편은 조수석에 앉아 바쁘게 손을 놀리며 뜨개질을 하는 나에게 말했다. 오늘도 같은 소리다.
“그럴 정성에 서정이한테나 한 번 다녀오지. 가서 로은이도 좀 봐주고.”
남편은 미국 사는 딸애와 손녀가 어지간히도 보고 싶은 모양이다.
“우리 반 애기들이 바깥 놀이 나갈 때마다 자꾸 발이 시리다잖아. 당신도 알지? 털실로 짠 양말이 정말로 따뜻한 거?”
능청을 부려보지만 시무룩하기만 하다.
“여보, 그거 알아? 이거 다 우리 로은이 잘 되라고 하는 일이야. 내가 이렇게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아야, 그 복이 쌓여 우리 로은이한테 가지. 그리고 나한테는 우리 반 애기들이 다 로은이고, 애기 엄마들이 다 서정이야. 다독여주고, 북돋아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볼 거야. 이 아이들이 잘 자라야 나중에 우리 로은이가 사는 세상이 더 행복해지지.”
가타부타 않고 남편은 음악을 틀었다.
바흐의 <사냥 칸타타> 중 아리아,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였다.
‘지켜주소서. 보호해주소서. 평안하고 강건하게 해 주소서.’
한코 두코, 나는 선율의 맞추어 뜨개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