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웨이웨이: 인간 미래> 전
공연장에는 못 가지만 미술관에는 가고 있다. 밀집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으니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세계적인 미술가 아이 웨이웨이의 <아이 웨이웨이: 인간 미래> 전이 열리고 있다. 표현의 문제와 난민 문제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미술가이자 영화감독, 건축가, 행동가인 작가의 작가정신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술가란 누구인가? 아이 웨이웨이의 말에 따르면 예술가란 어떤 마음가짐,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지닌 사람이다. 난민들이 쫓겨나가면서 캠프 사이트에 남기고 간 옷가지와 신발들을 모은 작가의 작품 <빨래방>(2016)은 아이 웨이웨이가 가진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준다. 새하얀 전시장 안에 각기 다른 색과 크기의 신발이 두 줄로 가지런히 놓여있고, 뒤쪽으로는 인형 옷처럼 작은 아이의 옷에서부터 성인의 옷까지 옷들이 크기별로 행거에 걸려있다. 정지된 사물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전시실을 걷다가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장면 하나, 아이 웨이웨이가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진 옷가지를 줍는다. 장면 둘, 베를린의 스튜디오에서 아이 웨이웨이가 수거한 옷들을 세탁하고 수선한다. 하나하나 곱게 펴서 다리고 옷걸이에 건다. 그리고 마침내 시야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모습이 가시화된다. 환영처럼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따라가다보면 목울대가 뜨거워진다. 난민들의 손상되었을지 모르는 존엄성이 회복되는 과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만날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2022년 4월 17일 (일) 막을 내리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