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물품 기증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불고 날이 흐리다. 옷장 문을 열어 옷들을 들추어 본다. 옷의 연식이 제각각인데 그중에는 스무 살 때 입던 집업 후드도 있다. 살 때부터 내구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도 20년은 더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집업 후드가 걸려있는 옷걸이를 왼쪽으로 밀어내니 빨간색 폴라 스웨터가 나온다. 목부분과 손목 부분에 프릴이 달린 귀여운 디자인이다. 이 옷은 조카에게 물려받은 옷이다. 열 살 된 나의 아이가 물려받았는데 공주님 같아서 싫어해서 내 옷장까지 왔다. 니트는 신축성이 있으니까, 하며 몸을 밀어 넣어본다. 맙소사, 감쪽같이 잘 맞다. 앉아서 돈을 번 기분이다. 아이들 옷 중에는 유난히 아까운 옷들이 많다. 물려준 아이와 취향이 맞지 않아서, 스스로 골랐지만 옷의 안감이 거칠어서, 움직일 때 불편해서 등의 이유로 옷장에 묵히다 때를 놓치는 경우다. 계절이 바뀌고 옷장을 정리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이 옷을 늘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택도 없는 일이다. 오늘 같은 일은 전에 없었다. 대신 상자에 잘 담아 아름다운 가게로 보냈다. 아름다운 가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원순환 시민운동을 시작한 곳이다. 기증받은 물건들의 가격을 산정하여 해당액만큼 기부금 처리를 해준다. 연말에 소득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판매 수익금은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 청년(보호 종료 청년)을 돕는데 사용한다고 하니 더욱 반갑다. 물품을 기부하는 방법도 간단한데, 홈페이지(https://www.beautifulstore.org/donation)에 들어가서 수거일을 설정하면 끝이다. 기부 물품이 상자로 3개 이상이면 수거를 하러 찾아오니 물건을 차곡차곡 담아 문 앞에 놓아두기만 하면 된다. 이제 곧 반팔을 입는 계절이다. 옷장 정리를 하면서 작아진 옷이나 잘 입지 않는 옷이 있다면 아름다운 가게로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