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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Apr 26. 2022

작은 어여쁨

남편과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집을 빠져나갔다. 커피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목적도 없이 마우스를 쥐고 흔들어 컴퓨터를 깨웠다. “Case Review Study”라는 제목이 적힌 파워포인트가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어젯밤 남편이 작성하던 파일인  같았다. 커피를 머금은  슬라이드를 넘겨보았다. “Care process of physical aspect”라고 적힌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타임라인 위로 통증과 짝을 이룬 감정들이 출렁였다. 저기 너머의 것들을 엿보는 심정으로 상상할  없는 장면들을 상상해보았다.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사진이 삽입되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런웨이 위에  모델의 사진이었다. 모델은 ‘난해하다 밖에   없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굳이 남편에게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었으니까. 쾌활한 미니스커트, 알록달록 네일, 바람에 부풀려진 하얀 셔츠, 아이들 가방에 달려 움직일 때마다 달랑거리는 봉제 인형을  때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을 살만하게 하는  어쩌면 커다란 의미가 아니라 이런 작은 어여쁨이 아닐까 멋대로 결론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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