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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Apr 27. 2022

솜털 달린 씨앗

어느새 연녹의 잎들이 무성해졌다. 학교 교문 앞에서 올해 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며 계절을 느낀다. 가만히  곳에 서있지 못하고 두리번거린다. 나무와 꽃을 구경하고, 새와 곤충을 쫓는다. 오늘은 바닥에 쌓인 솜뭉치 같은 하얀색 씨앗이 눈에 띄었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국민학교 4학년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세대다. 졸업시점에 ‘국민학교 ‘초등학교 바뀌었다.) 어느 날인가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시면서 운동장에 나가 놀라고 하셨다. 나를 포함해서 학급 임원  명을 따로 불러 사고가 없게 하라고 단단히 이르셨다. 꽃이 흐드러진 봄날의 운동장,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운동장을 뱅글뱅글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런데 함께 놀던 친구  명이 갑자기 꽥하고 비명을 질렀다. 눈에 꽃가루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하얀 솜털이 달린 꽃가루, 눈에 들어가면 눈이 멀어버린다는 꽃가루였다. 친구가 울기 시작했다. 나와 나머지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눈이 멀면 어쩌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는 자신을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다. 친구네 엄마는 학교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미용실을 하셨다. 친구는 눈을 감은 채로 울고 있었기 때문에 뛰지 못했다. 몇몇 아이들에게 친구를 부탁하고 나와 열댓 명의 아이들은 미용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먼저 미용실에 도착했다. 친구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눌러두었던 두려움과 안심이 되는 마음이 뒤엉켜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눈물로 촉촉하고 말랑말랑해진 몸으로 미용실 소파에 앉아 친구들과 찹쌀 도너츠를 나눠 먹었다. 아이들 사이에 실명을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던 솜털 달린 꽃가루는 사실 꽃가루가 아니고 버드나무 류의 씨앗이었다. 버드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자라는데, 바람에 의해 수나무의 꽃가루가 암나무에 날아가 씨앗을 맺는다. 암나무에 맺히는 솜털 달린 씨앗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간다. 털이 달려있다는 점에서는 민들레 씨앗과 비슷하지만 기둥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대로 솜뭉치 같다. 버드나무의 솜털 달린 씨앗은 꽃가루와는 달리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교문을 나선 아이와 솜뭉치를 발로 툭툭 차며 놀았다. 찹쌀 도너츠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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