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해따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모탈 추어기 되따
볼마난 멜로드롸마
괜찮은 걸~말
그거면 되따 널 사랑해따
우리가 만든 러어업 씨나리오
이른 오전, 방학을 맞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차의 열기를 식히는 동안 잠시 기억을 더듬어 음악을 한곡 검색, 찾았다! 라임(rhyme)이 착착 감기는 iKON의 ‘사랑을 했다’다. 며칠 전 지인분 댁에 갔다가 그분 댁 아이가 부르는 걸 듣고 알게 된 곡이다. 흥겨운 멜롸디 촥붙는 가사, 그거면 됐다 널 사랑한다. 오예! 어, 그런데 엄마 노래 말고 핑크퐁 틀어달라고 할 줄 알았던 라윤이가 소리 내어 노래를 따라 부른다. 템포를 놓치지 않고 움직이는 아이의 작은 입술을 멍하니 바라본다.
십 대 소년소녀와의 만남이 잦은 요즘 나는 각성 중에 있다. 아이들과 대화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관종’, ‘자캐’, ‘배그’ 등 어휘에서부터 그들이 열광하는 가수나 게임 등의 문화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 단어는 무슨 뜻이야?”, “다시 한번 말해줄래?” 되묻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낯선 타국에서 느꼈던 소외감이 떠오른다. “나는 혁오 좋아하는데.” 기억을 짜내 내가 아는 가장 최신의 가수 이름을 꺼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선생님, 그게 누구예요?” 식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은 늘 예쁘게 말하는 것 같아요.”라고 부드럽게 표현했지만, 어느새 나는 글자 그대로 ‘말이 안 통하는’ 늙다리가 되어있었다.
사실 음악뿐이 아니었다. 복식이나 라이프 스타일 모두 유행과 멀어진 지 오래였다. 몸에 잘 맞는 마이웨이만 걸치고 지냈다. 하지만 더 이해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 요즘 가장 인기가 많다는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의 음악을 들어보았다. 좋아하려고 노력해보았다. 그런데, 아! 일렉트리컬 사운드는 진정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들은 노래,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내 마음에 드는 + 최신가요, ‘해피 미디엄’이었다. “라윤아, 엄마가 어제 효주 언니를 만났는데 언니가 신나는 노래를 불러줬어. 그치, 태율아? 라윤이도 한번 들어볼래?” 하며 음악의 볼륨을 키웠는데, “아, 이 노래! 나도 알아. 일곱 살 오빠들이 유치원에서 부르는 것 들어본 적 있어.”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던 것이다.
목적지까지 25분, 우리는 ‘한곡 반복 재생’을 설정해두고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불렀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우리가 만든 러어업 시나리오~ 그래, 더 많은 너와의 만남, 우리의 휴먼 드라마 시나리오라면 내 인생도, 우리 사는 세상도 그거면 될 거야. 해볼 만할 거야. 무더위에 미술관으로 피서를 가는 길, 이상기온에 열기를 더하는 자동차를 몰고, 더 많은 열기를 뿜어낼 미술관의 에어컨 실외기를 떠올리며 불편해지는 마음. 그 위로 휴먼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본다. 그런데 막막한 마음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 한다.
아, 맞다. 이 막막함 해소하려면 우리가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