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반짝임 요가

키즈요가 티칭 육 개월차 강사의 짧은 소회

by 윤소정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아픔이 없기를

내가 그러하듯, 네가 행복하기를
내가 그러하듯, 네가 건강하기를
내가 그러하듯, 네가 아픔이 없기를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눈을 감은 채 만트라를 외우고 나면 “나마스떼”하며 깊게 고개를 숙인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그러면 순간 여기저기에 순한 웃음이 번진다. 진행하고 있는 키즈요가 수업의 클로징 장면이다. 하지만 정적인 클로징만 가지고 수업 전체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친구와 다툼이 있었던 날, 견학을 다녀와서 피곤한 날,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날, 새로 산 핸드폰 때문에 기분이 좋은 날, 그 핸드폰을 압수당한 날, 요가원을 들어설 때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어느 한 날도 같지 않다. 매일이 새 날이다. 그렇게 매일 새롭게 매트 위에서 몸을 움직이고 때론 멈추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본다. 숨 쉰다. 그리고 숨 쉬듯 이야기한다.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대하여, 때때로 올라오는 거친 생각과 바쁜 마음, 움직이고 싶어 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의 크기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야기는 흐른다. 비 온 후 물이 불어난 여름날의 시냇물처럼, 이국의 그 유명한 폭포수처럼. 한꺼번에 두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는가 하면, 꺄르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리고 멈출 줄 모른다.


“뭐 그냥 그래요.”라고 모든 질문에 시큰둥하지만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편하다는 아이와 “부모님이 제발 저한테 신경을 꺼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반항심을 드러내지만 친구들과 나에게 직접 쓴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비밀 노트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여주며 연결의 욕구를 드러내는 아이, 불량배가 되어 아이들 돈을 뺏을 거라고 했다가도 명상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진지하게 두 손을 모으고 만트라를 외는 아이, 흐르는 우리가 함께 흘러 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때야 비로소 다른 듯 닮은 우리가 순한 미소로 만나는 것이다. 꼬마전구에 부드럽고 따뜻한 불이 들어오듯, 아이들의 상기된 얼굴에 순한 미소가 켜지는 것이다.


키즈요가를 담당한 육 개월 동안 나는 아이들의 '솔직함'과 가장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느낌을 말로 그림으로 거침없이 표현했다. 내가 속으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니 모른다. 그러다가도 금세 순한 얼굴을 하고 반짝 빛나는 아이들. 표정과 말이 순해지고 부드러워지면서 눈이 깊고 맑아지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그것을 ‘도덕성’과 연결 지으면 너무 고리타분할 것이고, ‘선함’과 연결 지으면 너무 싱거워질 것 같다. 그래, 영혼의 반짝임,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반짝임 정도로 해두어야겠다. 아무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지난 육 개월간 내가 이룬 작은 성과라면 수업시간을 솔직함을 드러내도 되는, 안전한 시간으로 만든 것이다.


돌아보고 내다보며 다짐해보는 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잘 느끼고 통합하는 요가를 해보고 싶다. 살다 보면 흔들리는 때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럴 때 그라운딩 잘 잡고, 딛고 선 땅의 견고함을 한번 느껴보고, 깊게 호흡도 한번 흘려보내면서 머리가 만들어낸 관념이 아니라 만져지고 느껴지는 몸의 감각을 바탕으로 힘 있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수업에서 숨 잘 쉬면서 느리게 또 빠르게 움직이면서 몸의 감각을 깨워야할 것 같다.우리 아이들이 잘하는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좀 더 부드러운 형태로 담아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학교에서 배운 주구장창 실험 연구법도 좀 가져다 써야지. 아이들의 변화를 기록할 욕심을 내본다. 몸의 느낌대로 그린 요가 그림과 몸의 느낌에 대한 아이들의 언어적 표현도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겨 보아야겠다. 해야 할 일이 많네. 까무륵...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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