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빛나는 얼굴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반짝이는 눈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에는 생기가 묻어났다. 아이들을 재우고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다 설핏 잠이 들었던 나는 자꾸만 눈을 비볐다. 남편이 그의 친구를 만나고 온 날 밤의 일이다. "피곤하지, 피곤해, 너는, 나도"의 시절이었으므로, 나는 친구의 안부를 묻고는 어서 자자고 눈짓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빛나는 얼굴로 친구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그 대화가 얼마나 유쾌했는지 이야기했다. 다음번에는 함께 만나자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가 생경했다. 그리고 울컥 미안한 마음이 올라와버렸다.
아빠랑 제일 친한 친구야.
이따금씩 남편은 아이들에게 나를 그렇게 소개하곤 한다. 그러면 나도 "맞아, 아빠는 엄마의 제일 친한 친구야."라고 답한다. 당직이 워낙 잦았으므로 "칼퇴근"의 타이틀은 정당하지 않으나 어쨌든 남편은 늘 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온다. 평소보다 도착이 십 분만 늦어도 걱정이 될 정도다. 직장과 집으로 오가며 나름 애쓰는 그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의 역할이 버겁게 느껴질 때면 무작정 그를 미워했다. 나에게 자유시간을 달라 투쟁했다. 앞으로도 나의 투쟁은 계속되겠지만 나 또한 그에게, 자유시간을 허락했어야 했다. 홀로 있을 시간, 벗과 함께 어울릴 시간 말이다.
그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 그를 독점하고 지낸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생물선물은 한 조각의 자유시간과 그를 대하는 내 마음의 느슨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