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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리 May 30. 2021

사랑해야만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만 쌓여가는 일상


'사랑해야만 하는 00'

친한 형의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내 이름이다.

우연히 같이 술을 마시며 그 이유를 물으니, 계속 까먹지 않고 나에게 사랑이 필요함을 각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간단히 툭 뱉은 그 말을 계속 기억하고 사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아직도 내게 참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눈치도 제법 좋은 편이라 그러면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서 적당히 조화롭게 살 법도 한데, 성질이 고약해서 때와 상황을 분간하지 않고 내 생각을 정의롭게(?) 펼쳐댄다. 그러다 보니, '특이하다'와 같은 말로 표현되며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고 많은 분께서 말씀해주신다.

문제는 생각보다 내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듣게 되는 "싹수없다", "또라이"같은 표현들은 굳이 마음속에 저장해 두고 괜찮을 때면 꺼내서 아파하곤 한다.  

쓰다 보니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새삼 스스로가 놀랍지만 진짜다.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에 대한 생각이  많다. "나는 대체  사는가?"라는 문을 수년간 되풀이하며   없이 나를 괴롭히고, 이로 인해서 정신과 상담도  차례 받아보았을 정도이니  정도면 감히  많이도 쓸데없이 고민하며 산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있다.


그러다 보니 잘 모르는 제삼자로부터 무언가를 받을 때 습관적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뱉는다. 언젠가 만났던 A는 음식점에서 격하게 말다툼을 하다 말고 불판을 갈아주던 아르바이트생에게 반사적으로 뱉은 '감사합니다'를 듣고는 사이코패스 같다는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끊임없이 퇴사를 고민하고, 결혼을 주저한다. 내 삶에 대해 주도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루라도 젊은 날부터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내 에너지를 쏟기를 희망하고, 결혼과 아이의 핑계로 핑계를 대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퇴사한다고 툭하면 주위를 협박하고 결혼 생각 없이 화창한 일요일 오후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


갑자기 좀 슬프다.

어쩌겠어요 이런 게 나인데...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지!

엄마가 고기 사준다고 하시니 고기 먹고 힘내야겠다.

 

결론은 여러분도 고기 드세요.

자고로 힘들 때 우는 건 삼류, 힘들 때 먹는 건 육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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