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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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침이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의 건조한 태양의 가루 빛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떴다. 어젯밤 분명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는데 눈 떠 보니 오늘이었다.
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해야 하는데. 부엌에 가서 물을 마셔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는 별개로 나의 몸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힘이 없었다. 먹고 토하며 폭식과 절식을 반복한 탓이었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침대에서 내려와 몇 걸음만 가면 되는 화장실을 갈 수가 없었다. 양치와 세수를 하며 거울 속 나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몇 걸음만 가면 있을 부엌에 들어갈 갈 자신이 없었다.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볼까 무서웠다. 나의 음울함이 들킬까 무서웠고 햇빛이 드는 자리마다 나의 어둠이 들통날까 무서웠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무수한 사람들의 눈이 내 앞을 지나갔다. 친구들의 눈과 교수님의 눈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떠다니는 익명의 눈들이 아른 거렸다. 그중에는 나의 두 눈도 있었다. 나의 눈앞에 깔린 저 눈들 뒤에는 도미노처럼 거울이 줄지어 서 있었다. 깨진 거울. 누구 하나 온전히 볼 수 없는 거울의 파편들. 무수한 눈들을 헤집고 나와 내가 보고자 했던 것은 고작 깨진 거울이었다. 하지만 그 깨진 거울을 보려고 안간힘을 쓴 것 또한 고작 나였다.
학교에 가야 하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세상을 향한 환멸의 눈물이었다. 내가 음식에 집착하고 몸무게에 집착하고 거울 속 나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나에게서 찾고 싶지 않았다. 지쳤기 때문이다.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 몸이 좋지 않아 수업에 참석할 수 없겠다고.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나는 잠에 들어야만 했다. 잠을 자는 그 시간만이 나 스스로를 인식할 수 없게 만들었기에. 잠을 자는 시간만큼은 나는 자유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그리고 나의 두 눈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그림자도 보기 싫었다. 나를 따라오는 그 어둠이 싫었다. 나의 숨소리도 역겨웠다. 내가 걸을 때면 일어나는 그 조용한 바람조차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 바람을 타고 올라와 나의 코 끝을 스치는 나의 체취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온몸으로 부정했다. 나의 존재가 수치스러웠다.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같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걸까. 그런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점점 비대해져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나에게 깔린 나는 그렇게 세상을 탓하며 자신을 혐오하며 잠에 들었다.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며. 그리고 배가 고프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