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보단 혈액형이 편한 사람들

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by 삼스클

내가 몸담고 있는 환경공무관 분들의

평균 연령은 약 40대 중후반 정도 되는 것 같다.


물론 각 지자체, 각 동마다 상황이 다르긴 할 것이다.


직급이 없는 문화이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20살 넘게 나도 형, 동생 하면서 지낸다.


일은 혼자 하지만 시작과 끝은 다 같이 모여서 하기 때문에

10분에서 20분 정도 담소를 나누곤 한다.


주로 사는 얘기, 일하는 얘기, 가족 얘기, 맛집 얘기

뭐 그런것들 있지 않나.


우리 동에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큰 형님이 한 분 계신다.


오늘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그 형님이 물어보셨다.

image.png?type=w773 출처 : 브레인트레이닝
삼스클아, 그 MBTI는 어떻게 하는거냐?


순간 당황했지만 자연스럽게 답했다.


"아 그거요?,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서 100문제 정도 푸시면 결과가 나와요.

한 번 해보시게요?! "


그랬더니 형님이 태연하게 대답하셨다.

100문제???
에잇 싯팔 나는 그냥 O형이여~~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다 빵 터졌다.


코로나 시절 MBTI가 엄청 유행했었다.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질 못하니 집에서 할 수 있는 나의 성향 상대방의 성향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 결과를 만고의 진리처럼 믿는 사람들도 있었고, 첫 만남에서 MBTI를 물어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그걸 2026년에 정년을 앞둔 형님이 물어보시다니.

그리고 그 답은 O형이었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형님은 세상을 참 단순하게 사신다.


대화를 나누어보면, 인생에서 발생하는 여러 일들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게 생각 안하신다.


우리는 요즘 모든걸 분석하고 카테고리화하고 정의하려고 한다.


상대방의 행동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걱정하고 고민한다.


근데 형님은 그냥 O형이다.


복잡하게 생각 안하고 단순하게 행복하게 사신다.


이게 진짜 배울 점이다.


유행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식상한 게 누군가에게는 아직 새로운 것이다.


꽤 많이 지난 유행이지만 형님에게는 지금이 딱 맞는 타이밍인가보다.


내가 당연하게 아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일 수 있고,

내가 이미 지나온 길도 누군가는 지금 막 걷기 시작할 수있다.



작은 몇 십분의 담소, 이게 의외로 하루 중에 가장 편한 시간이다.


나이, 학벌, 경력 다 내려놓고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기하는 시간.


오늘도 큰형님 덕분에 웃었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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