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종이박스들

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by 삼스클

박스 무더기를 발견하는 건 나에게 빈번한 일이다.

박스를 수거하는 어르신들도 기피하는 그런 박스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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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불법투기 금지구역 앞에 그냥 던져진 박스들.

접지도 않았고 테이프도 안 떼고, 그냥 던져놨다.


진짜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오른다.


이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박스 하나 접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테이프 하나 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더 어이없는 건,

여기가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 구역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카메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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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들은 그냥 던져버리고 만다.


'누군가 하겠지.'


그 누군가가 나다.

내 구역은 항상 나다.


처음에는 진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막 버릴까.

카메라도 있고 안내문도 있는데 왜 이렇게 버릴까.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안되는 걸까?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렇게 화내봤자.

박스는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해야한다.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루틴이 생겼다.


무단투기된 수 많은 박스와 쓰레기들을 보면


일단 심호흡 세 번.


하나,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둘,

내 일터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치우자.


셋,

그래도 다 치우면 뿌듯할 것이다.


이게 내 나름의 멘탈관리법이다.


처음엔 이것도 안됐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이제는 좀 평안해진다.


이게 아마 내가 오랜 기간 익숙하지 않아서 짜증이 깊어졌던 것 같다.


받아들임의 과정.


부처님의 말씀처럼.


집착을 내려놓으면 고통도 사라진다.


나는 박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중이다.


깨달음의 경지랄까.


솔직히 말하면 심호흡한다고 화가 다 풀리지는 않는다.


여전히 짜증나고 이렇게 무책임하게 버린 사람들을 탓하게 된다.


이 일을 하면서 다시 느낀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절대로.



오늘도 박스들 앞에서 세 번 심호흡을 한다.


이게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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