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하루는 일을 하다가 4050 등산회 버스를 봤다.
앞 유리에 전광판이 반짝였다.
"4050 ㅇㅇ산악회"
버스의 분위기는 이미 올라와있었다.
형형색색 입은 등산복과
크게 웃고 있는 아저씨와 아줌마
그리고 누군가는 조용히 짐을 추스렸다.
아직 등산을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산을 오르기 시작한 사람들 같았다.
나는 그 앞에서 빗자루 질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다 골목 입구에 있는 CCTV를 봤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는 생각보다 자주 찍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골목에도, 아파트 입구에도, 상가 앞에도.
어디를 가든 카메라가 있다.
내가 지나간 흔적은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걸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기록은 남는데 이유는 남지 않는다.
등산회 버스는 목적지가 분명하다.
어디 산, 몇 시 출발, 몇 시 도착.
그 안에 탄 사람들은 같은 방향을 보고 간다.
CCTV는 내가 어디를 지나왔는지를 남긴다.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갔는지.
예전에는 남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면 틀리지 않는 줄 알았다.
대기업, 외국계 회사들을 다녀 봤다.
그때는 버스를 잘 타는게 중요했다.
어디로 가는지도 중요했지만, 일단 타는 게 먼저였다.
지금은 회사라는 버스를 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대단한 선택을 한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리어카를 끌고 같은 골목을 반복해서 걷는다.
멀리서 보면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큰 장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비슷한 하루의 반복이다.
출근하고, 일하고, 돌아오고, 그리고 또 다음 날이 된다.
그 비슷한 하루 속에서 짧은 틈에서 생각한다.
내 방향에 대해서.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아직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모른다.
근데 요즘은 조금 덜 불안한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타는 버스를 놓쳐도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았고,
CCTV처럼 기록에 남지 않아도 내가 왜 걷고 있는지는 스스로 생각한다.
각자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다들 자기 방식대로 가고 있다.
대기업, 외국계기업이라는 안전한 버스는 놓쳤지만
나는 아직 내 방향대로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