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를 위한 여정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필자 역시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특히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아무리 강조해도 그 중요성이 지나치지 않으리라 여긴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식사를 하시는가?
식사, '먹는 일' 말이다.
매일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에 따라 우리의 건강이 결정된다. 점점 더 현대의학도 이 말에 수긍해가는거 같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환경 오염이 점점 더 심화되면서, '정말 깨끗한 먹거리'를 찾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기구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이미 어떠한 형태의 오염에도 노출되지 않은 '원시 토양(pristine soil)'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된 바 있다. 미세한 중금속부터 시작해 농약, 플라스틱, 산업 부산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활동은 어느새 지구의 가장 깊은 흙속까지 영향을 미쳐 왔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정말 슬프고 절망적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는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이다. 의료생태학자로서 우리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먹거리의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할까? 나부터 건강을 되찾을수 있는 바른 먹거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까?
아마도 이런 고민을 나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 역시 그런 반증이 아닐까? 가급적 오염이 되지 않은 깨끗하고 몸에 이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
필자가 어렸을적에는 이웃 주민들이 논과 밭을 갈고 비료와 퇴비를 주고 때가 되면 농약을 치고 또 제초제를 뿌리곤 했다. 물론 그 관행은 아직도 그렇다. 경운을 하지 않으면 작물을 심을수가 없고 비료를 주지 않으면 작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며 약을 치지 않으면 인간이 먹을게 없다고 한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 말한다.
헌데 산에 가서 보면 나무들은 싱그러움을 머금고 잘 자라고 있다. 산에 있는 나무에 퇴비를 주어 더 잘자라게 하는걸 본 적이 있는가? 산에서 거름 냄새가 너무 심해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던가? 산에 농약을 뿌리며 해충을 박멸하겠다며 덤벼들거나 제초제를 쳐가면서 불필요한 잡초를 죽인 적이 있던가? 산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또한 진작하면서 보이지 않는 질서속에서 균형을 이루며 생태계를 선순환시킨다.
그래서 필자가 눈여겨 본 첫번째 대안은 산이다. 산은 오랜 시간 동안 비교적 인간의 손이 덜 닿은 생태계를 유지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대형 산불이 나서 잿더미로 변하기도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60% 이상이 산간 지대이다. 특히 고산지대는 대기오염이나 농업오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토양 자체가 깊고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임산물들이 자생한다. 이러한 천연 임산물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서, 인체 면역력과 항상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치유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치는 기본적으로 위대한 토양에서 비롯된다. 혹시 심마니를 따라다녀 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지 모르겠다. 산에서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는 등산로가 아닌 비탈길을 걷다보면 발이 흙으로 푹푹 빠진다. 바로 흙에 공간이 매우 많다는 의미이다. 토양 자체에 공기가 매우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로 많은 동식물과 미생물들이 토양내로 공간을 내고 공기를 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토양안으로도 산소가 들어와야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그를 이용해 대사를 하고 그 대사물은 또다른 생명체의 양분이 된다. 이런 순환이 거듭되면서 휴믹산(humic acid)와 풀빅산(Fulvic acid)과 같은 유용한 산물들이 토양에 축적된다. 그런 흙은 정말 비옥하다. 기름진 땅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유기산들이 많아진 흙은 물에 넣었을 적에 정말 유막이 뜰 정도로 기름지게된다. 그런 땅에서 자란 작물을 먹어야 사람 역시 건강해지지 않을까? (참고로 흙을 humus 라고 한다. 인간은 human 이다. 비옥한 흙을 이루는 휴믹산이란 복합 유기물은 humic acid 라고 한다. 인간이 어떻게 기원했는지는 어원을 보더라도 짐작할만하다.)
두번째는 바다이다. (그린 카본과 더불어 지구 온난화의 방어 구실을 하는) 최근 블루 카본이라고 칭하면서 새로이 조명받는 해조류... 이를 품고 있는 바다는 분명 생명의 기원을 논하는 곳이다. 생존의 질과 양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바다를 빼놓을수가 없다. 바다 또한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바로 해양 심층수이다. 해양심층수란 일반적으로 수심 200m 이하에서 취수되는 바닷물을 말하며,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아 조류나 플랑크톤 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물은 극지방(그린란드와 남극)의 냉각수에서 기원한다. 물의 비중이 크며 바다의 표층수와는 섞이지 않고 층을 이루며 수천 년 동안 심해를 순환하며 형성된다. 수온이 항상 3℃ 이하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양생물에 필수적인 영양염류가 매우 풍부할 뿐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나 유기물, 병원균 등이 거의 없는 청정한 해양수자원이다. (다른 자리를 빌어 또다른 중요한 수자원인 '염지하수'에 대해서도 언급하겠으나 이번 장에서는 해양심층수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
바다 얘기가 나온 김에 미네랄과 관련하여 한말씀드릴까 한다. 여담이지만 혹시 참치회/참치 통조림을 좋아하시는?
수심 200미터 아래에서 심층에서 서식하는 대형 어류인 참치를 얘기하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수은 중독이다. 임산부들에게나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참치 통조림을 제한하거나 먹지 않는게 좋다고 할 정도이다. 신경계 발달중에 수은 노출은 민감하고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은은 확실히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독성 물질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는가? 분명 참치에는 고농도의 수은이 축적되어 있다. 하지만 참치는 어째서 수은에 중독되지 않고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미네랄의 길항 작용이다. 특히 셀레늄과의 길항 작용이 핵심이다.
수은이 생체 내 셀레늄과 강하게 결합하여 셀레노단백질(예를 들어, 글루타티온 퍼옥시다제, glutathione peroxidase) 기능을 방해하는데 충분한 셀레늄이 존재한다면 셀레늄이 수은과 결합해 거의 독성이 없는 비활성 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신체 조직에 손상을 덜 주게 된다. 참치는 수은보다 셀레늄을 더 많이 함유하는 경우가 많으며, 체내에 수은/셀레늄 비율(Selenium:Mercury molar ratio)이 1 이상(대개 5 정도로 나옴)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체내 유입된 수은이 생화학적 활동을 방해하기 전에 셀레늄이 '해독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미네랄의 (수은의) 절대량보다, 그 미네랄의 (셀레늄과의) 상대적 비율이 건강 영향을 평가하는데 더욱 중요한 셈이다. 그런 상대적인 비율 자체가 매우 유용한 생명체의 생존 정보라고 보고 이를 임의로 '황금 비율'이라고 칭하겠다.
이 개념은 앞으로도 계속 언급될 것이다. 미네랄의 길항 작용과 상승 작용에 대해서는 다른 장에서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아무튼 청정한 해양 수자원을 이용한다면 체내 필요한 미량의 원소들을 가장 이상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란 생명의 발생지이다.
바다에서 모든 생명이 기원했다.
그런 까닭에 우리 몸안에는 그 바다의 흔적이 아직도 흐른다.
바로 혈액이 그 증거이다.
100년전 해양학자인 르네 퀸톤은 바닷물의 구성이 우리 혈액 구성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 내용으로부터 필자의 의료 생태학 공부와 연구가 시작된다
진료실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몸에 주인이고자 하는 분들에게 필자는
"우선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지 말고 그리고 나서 먹어야 할 것을 먹어야 합니다" 라고...
하지만 먹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정말 조심스럽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속에서 '무엇을 믿고 먹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더욱 참담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 질문에 대한 대안으로 산과 바다, 즉 자연의 끝자락을 바라본다.
건강한 식탁은 결국 건강한 생태계에서 비롯된다. 의료 생태학자인 필자는 앞으로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믿고 먹을수 있는 식품 개발과 검증, 그리고 지역 기반의 건강한 먹거리 시스템 구축에 힘쓰려고 한다.
결국 자연의 균형을 되살리는 일이 곧 우리 몸을 되살리는 일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