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방랑기

1. 첫 만남

by Chet

내가 처음 재즈를 듣기 시작했던 게 언제였던가, 아마 2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 주인공들은 항상 턴테이블에 재즈 바이닐을 올리거나, 재즈 바에 찾아가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해 설명한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의 사마모토와 하지메의 관계성에 대한 중요한 은유인 South of the Border(실제로 냇 킹 콜이 부른 South of the Border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냇 킹 콜의 Pretend 그리고 듀크 엘링턴의 Star Crossed Lovers,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Waltz For Debby,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등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통해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쭉 듣고 있다. 어쩌면 하루키가 나에게는 재즈 선생님이다.


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잘 알지 못했고, 누구보다 많이 듣긴 했지만 실세로 공연을 보기 시작한 건 작년 후쿠오카에서부터였다. 휴가 기간 동안 후쿠오카의 하카타 기온 마츠리를 보러 가기로 했고 간 김에 혼자서 재즈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꼭 봐야지 마음을 먹었었다. 숙소가 있던 텐진에 위치한 백스테이지와 킹피쉬에 방문했다.


미리 들어가 있으려고 했는데 숙소 체크인 중 미리 맡겨두었던 캐리어를 호텔 직원이 찾지 못해 숙소에서 1시간을 꼼짝 대기해야 했다. 결국 공연시간에 10분 늦었고 자리가 맨 뒷자리밖에 없어서 맨 뒷자리에서 공연을 보았다. 공간은 생각보다는 협소했고 세로로 길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날은 2000엔의 뮤직 차지(항상 2000엔인지는 모르겠다)가 있었고 맥주도 한잔 시켰다.

퀸텟 구성이었고 1부, 2부 나뉘어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곡 구성은 스탠더드 재즈곡이 많았었다. 관객들의 절반은 현지의 직장인 같았고, 절반은 나와 같은 여행자 같았다. 한국인도 꽤 있었는데 모두 커플이었다


아직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훌륭한 연주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충분히 좋은 연주였던 것 같다. 각 파트별 솔로 때마다 맛깔나게 추임새를 넣어주던 일본 관객들이 인상 깊었다.




여행 마지막 날, 재즈 바 한 곳을 더 가보고 싶어 텐진에 있는 킹 피쉬라는 곳을 찾았다.


평일 저녁이고 해서 그런지 손님이 바 테이블에 한 명, 서양인 가족 한 팀 이렇게 밖에 없었다. 바 테이블에 앉고 나니 금세 한 분이 나갔다. 서양인 가족은 연주자와 아는 사이 같아 보였고 결국 나만 유일한 외지인이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갔기 때문에 캐스트는 어떻게 되고 어떤 공연인지 전혀 몰랐었다.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는데 가족 중 한 명이 드럼이 있는 쪽으로 가서 앉았다. 알고 보니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피아노와 드럼 구성의 듀엣 연주였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연주자와 가족은 가게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다.


1차 공연이 끝나고 바텐더 분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어디를 다녀왔는지 간단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그동안의 일본어 공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한국에서도 재즈 공연을 자주 다니냐는 말에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가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니까 책 한 권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 책은 일본어로 된 책이 아닌 한국어로 적혀있는 책이었으며 사진작가가 한국의 재즈 아티스트들을 촬영한 사진과 인터뷰들이 실려있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한국인 연주자들과도 활발히 교류하시는 것 같았고, 한국인 연주자들이 꽤 자주 와서 공연을 한다고 말해주셨다


두 번째 곡은 피아노 솔로로 빌 에반스의 Emily라는 곡에 대한 설명 후 연주를 시작하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을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이 좋았다.


공연이 끝난 것 같아서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 할 때 바텐더 분이 조금 있으면 한국인 연주자분들이 오니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연주를 듣고 가라고 하셔서 기다리게 되었다. 한국인 연주자분들이 오셔서 피아니스트 분과 바텐더 분(이분도 드러머였다)과 함께 연주를 진행하였다.


혼자서 공연을 본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좋았다. 연주가 끝나고 피아니스트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인스타 맞팔도 했다. 나가면서 한국어로 연주자분들에게 너무 잘 들었습니다 했는데 한국인인지 모르셨는지 다들 깜짝 놀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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