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네 번째 불안.

by Chet

함박눈 내리는 날 우박 같은 이사를 했다

늘어난 월세보다 더 큰 꽃나무를 남겨두고 왔다


너의 의중을 담아낼 곳이 없어
집에 있던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음료 컵에 담아놓았다


증식했다

노란색의 프리지어는 얄팍한 방 안에서
스펀지 같은 축축한 사랑을 머금고.


팝콘 같은 꽃나무가 집안을 뒤덮을 때
벼락같은 이별을 했다


거친 이삿짐을 나르다가
이별을 잔뜩 머금은 꽃잎들을 
나뭇가지들과 석별하게 만들고


그 꽃잎들을 주워다가 
먼지 가득한 청바지 속에 집어넣었다


바지 안에서 터져버린 기름진 추상을 하나씩 꺼내 씹으며

기름진 트럭을 운전했다

월, 일 연재
이전 03화데구루루 추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