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된 거야.

4월은 잔인한 달

by Chet

“4월은 잔인한 달“ 시인 T.S 엘리엇의 대표적인 시 ‘황무지’의 서문에 적힌 글이다. 이 시에서 4월이 잔인한 이유는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자라기에, 겨울이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뒤덮고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했기 때문이다. 영화 <다 잘 된 거야>의 주인공인 앙드레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죽은 것 위에서 산 것이 탄생하는 4월이라는 봄에 죽고자 한다. 그는 온 지구가 탄생이라는 거대한 축제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 왜 그는 다시 죽음으로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일까.


서양 문명은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는 행위 즉 자살을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서양인들의 관점으로,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는 서구식 종교적 가치관으로 인한 원인으로 발생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이러한 종교적 규범은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여성들은 낙태권 보장을 요구하며, 최근 존엄사 즉 안락사에 대한 논의도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사실 영화의 앙드레는 안락사가 필요한 만큼 고통스럽지 않으며, 단순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삶에 대한 부정으로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고 한다. 이는 영화 속에서 앙드레의 죽음이 고통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선택하는 죽음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이는 인간이 가지는 가장 중대한 선택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다운로드 (2).jpg


죽은 땅에서 자라난 라일락같이 인간은 피투성被投性으로 태어나 차가운 눈보라에 의해 명을 다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삶 속에서 탄생과 죽음 그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는 피투성被投性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탄생은 제쳐두고라도 죽음에 대한 개인의 권리와 선택을 이야기하고자 하며 이는 서양의 가치관을 지배해온 기독교적 윤리관이 전복되어 가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주인공인 앙드레는 죽음을 향한 그 고통의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자 하며, 이는 꽃잎이 찬바람에 비참히 죽임을 당하기보다는 찬바람이 불기 전에 스스로 꽃잎을 떼어 내겠다는 새로운 사적 윤리관의 발현인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주. 에세이(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