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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Jul 04. 2023

청소로 개운이 되는가?

사주 운명 이야기

지갑 방 책상, 청소력, 방 정리 기술, 방 정리의 힘.

청소와 정리정돈을 잘하면 개운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다.

재물운에 해당하는 구석의 지저분한 물건을 치웠더니 가게가 번창했다.

입구에 화분을 놓고 조명을 밝혔더니 가족이 화목해졌다.

가방에 넣어 다니던 지저분한 물건을 버리고 깔끔하게 정리한 후 약속 장소에 갔더니 계약이 잘 되었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실려있다.


청소 개운법이 정말 있는 걸까?



40일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윗집에서 쿠키 세트를 가지고 왔다. 시끄러울 테니 양해를 해달라는 통보? 처음 며칠은 정말 시끄러웠다. 깨고, 부수고,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우리 집 천장에 금이나 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소음에만 신경을 썼는데 며칠 지나니 여름이라 열어둔 안방 창문 근처에 먼지가 뽀얗다. 책상, 스피커, 컴퓨터를 닦았더니 물티슈가 까맣다. 공사의 먼지가 이렇게나 심하다니. 


개운법은 알고 나면 찜찜하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망미동은 초등학교 때는 논과 밭이었다. 질퍽한 길을 동네 아이들과 걸어가다 소똥, 말똥을 밟기 일쑤였다. 누군가 말똥을 밟으면 재수 좋겠다고 떠들며 웃었다. 만일 재수가 없다고 놀렸다면, 며칠 동안 어떤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까 전전긍긍했을 거다. 


바닥에 먼지가 보이고, 소파 근처 옷이 널브러져 있으면 최근 일어난 안 좋은 일들이 떠오른다. 아니면 괜스레 찜찜하다. 얼른 청소기로 바닥을 밀고, 옷들을 정리한다. 공부하려고 계획표를 다 짜고 나면 공부를 한 듯 뿌듯해지듯이, 청소를 하고 나면 기도를 한 듯 마음이 편해진다. 


생각도 청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침부터 밤까지 업무, 사람, 걱정으로 머리는 복잡하다. 내일이면 잊을 불필요한 생각들로 엄청난 찌꺼기가 머리에 가득하다. 어떤 일들은 스트레스로 남아 무의식에 차곡차곡 쌓인다.

생각은 끄집어내서 날려버려야 한다. 무의식에 소복이 쌓아두면 눈에 띄지 않아 찾지도 못한다. 

낙서장을 펼쳐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몇 줄일 수도, 몇 장일 수도 있다. 어떤 날은 30분 동안 휘갈기기도 한다. 걷기는 운동 반, 명상 반이다. 걸으면 머릿속에서 수십까지 생각들이 풍선처럼 떠오른다. 어떤 풍선은 색깔과 모양을 바꿔가며 걷는 내내 머릿속을 휘젓는다. 

낙서와 걷기는 꼭 추천하고 싶은 생각 청소법이다. 집은 나 아닌 누구라도 대신 청소해 줄 수 있지만, 머릿속 먼지는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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