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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Oct 25. 2021

감색 브이넥 니트만 7장

행동 패턴을 바꾸는 법

딱 떠올리는 순간 너무 좋은데 이 주제. 아는 것도 많고, 할 말도 많다. 쓰면 뭔가 있어 보이고, 교훈도 있고. 신문 같은 데서 막 연락이 올 것만 같은. 

막상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 조회수도 안 나온다. 대부분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건방지게 가르치려 드는 주제다. 책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읽는 내 경우만 봐도, 새로운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은 감사하지만, 아는 이야기를 잘난 채하며 가르치려들면 별로다.


목적과 수단이 바로 그런 주제다. 결론은 대충 예상된다. 목적보다 과정이 중요해. 너무 목표지향이면 안돼. 목표가 있어야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어. 어떤 결론도 멋있어 보이지만, 중학교 독서감상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글이 될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이런 주제로 독자들을 설득할 정도의 문장력도 내겐 없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고리타분한 주제를 선택했나? 바로 '선택'의 문제 때문에. 살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인생에서 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


점심은 뭘 먹지? 
올 가을 패션 아이템을 뭘로 할까?
올 겨울 히트텍은 브이넥으로? 


인생에서는 더 큰 선택들


어떤 대학을 가지? 학과는?
군대는 언제 갈까? 해군은 어떨까?
차 뭘로 바꾸지? 보험사를 바꿔볼까?
개원 장소는 어디로? 특화는 뭘로 할까? 


2년 전 겨울. 백화점에서, 아웃렛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겨울 니트를 샀다. 이유는 영화 주인공이 셔츠에 캐시미어 니트를 레이어드해 입은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다.  

지난주 11월부터 입을 초겨울 옷을 정리하는데 옷장에 비슷한 니트가 7장이나 있었다. 대부분 감색의 브이넥  얇은 캐시미어 니트였다.  


pixabay 이미지입니다


일상의 자잘한 선택들 말고. 살면서 몇 달, 몇 년, 혹은 인생의 긴 시간을 가야 하는 갈림길 앞에 선다. 가족과 논의, 타로 카드에게 물어보기, 사주풀이도 해보고, 혼자 걸으며 생각 정리하기. 나의 멘토인 친구, 삼촌, 후배에게 조언도 구한다. 


쟤는 항상 저런 스타일의 남자만 만나. 쟤는 옷 입는 패턴이 똑같아, 난 쟤가 저럴 줄 알았어. 

쟤가 여고괴담의 귀신도 아니고 항상 똑같아? 주위 사람은 점쟁이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줄 알아?


처음엔 몰랐지만 어느 순간 내 선택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객관적 눈으로는 그 밥에 그 나물. 선택 앞에 고민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틀리는 수학 문제를 똑같이 틀리는 것처럼, 심지어는 틀린 답안 조차 비슷한. 내가 이 문제를 틀린 줄조차 모르기 때문에 같은 오답풀이를 반복한다.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밥인지 나물인지 애초에 인지를 못해서. 무의식적으로 같은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한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혹은 변화가 두렵다. 다른 선택을 했을 때 가늠할 수 없는 상황.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함. 


과감하게 동전을 던져보자. 바보 같지만 동전의 선택을 믿어보자. 신기한 건 동전의 선택을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 이미 답은 내 안에 있고, 우리는 선택을 바꾸기 힘들다. 

동전의 선택을 따르는 순간, 하루 종일 선택의 잘잘못을 따지고. 선택에 대해 고민하고, 다음에도 동전의 선택을 따를 것인가 갈등한다. 


바꾸려면? 먼저 자신의 선택을 인지해야 한다. 나는 상황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어떤 사람을 만났지?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지? 선택을 리뷰한다. 계속 쓰다 보면 내 행동 패턴을 이해하게 되고, 일정한 선택을 반복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심지어 선택의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 내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들

 행운 일기 쓰기

 오답노트 쓰기

 리뷰 일기 쓰기

 낙서 노트 쓰기


행운 일기와 낙서 노트에 대한 글은 이미 썼다.

조만간 오답노트와 리뷰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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