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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Nov 03. 2021

책 빨리 읽기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없는 사람들을 위한

나는 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은 많아지기만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이유 딱 하나만 말하라면, '사고의 유연성'을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책으로 경험으로 지금의 내 생각이 만들어졌다. 생각의 부분들은 책을 읽다 보면 발전, 수정, 삭제된다. 이제 그만이라고 몇 달간 책 읽기를 중단하기도 한다. 다시 책을 들었을 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자신을 확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아름다운 문장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아끼며 읽었다. 김영하 님의 포스트 잇은 한 챕터 읽고 생각의 나래를 펼친다. 다음날 다음 챕터를 읽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날아간다.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을 만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쉽게도 모든 책을 정독할 순 없다. 그러다가는 1만 년을 살아야 한다. 아니면 머리에 AI칩을 심어야 한다. 베스트셀러라 정성 들여 읽었는데, 짜집기식 식상한 내용이면 화가 난다. 그러다 보니 나름 읽는 노하우가 생겼다. 


책장에 책 한 권을 뽑아봤다. 

'문과생을 위한 이과 센스'


정성 들여 읽을지 빠르게 읽을지 미리 판단하지 말자.  먼저 서문을 꼼꼼히 읽어본다. 대부분의 책은 서문이 책의 요약이고 핵심이다. 무엇을 다룰지 미리 이야기해 놓았고, 읽으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다. 책으로 시험을 볼 작정이 아니라면, 책 한 권의 요점 파악에 30분이면 충분하다.


서문을 다 읽고 넘기니 첫 장이 나온다. 

'문과 나왔어요, 이과 나왔어요?'


빠르게 읽기 요령은 간단하다. 한문단은 대략 4~8줄. 문단의 주요 단어만 읽어나간다. 본문을 예로 들어보자.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겨났을까? 여기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현대 과학은 17세기 과학혁명을 계기로 유럽에서 생겨난 근대 과학을 주춧돌 삼아 성장해왔다. 반면에 우리는 이를 근대화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완성된 형태로 수입해왔다는 차이가 있다.


'차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겨났을까'를 다 읽는 게 아니라, 차이를 읽고, 다음의 굵은 글씨 부분만 확인하면 된다. 


첫 쳅터의 내용 중 저자가 8년을 캐나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다는 내용은 그냥 쓱 읽고 지나가도 되는 내용이다. 이처럼 내용 파악에 중요하지 않는 부분은 그냥 슥슥 지나간다. 요점은 서양에서는 이과 문과로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17세기 과학혁명을 계기로 성장해왔는데, 그 원류가 고대 그리스다. 문과 이과 구분은 일본은 메이지 정부가 조기 선별을 통해 교육 비용을 절약하고 빠르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함이었다. 결론은 문과 이과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 정도의 내용 파악이면 충분하다.


다음 장은 '요점 정리를 좋아하는 이과'

이번에는 정독을 해보자. 정독으로 내용을 이해했으면, 단어 위주 빠르게 읽기도 해 보자. 두 번째 장은 정독, 빠르게 중 어떻게 읽어도 '이과는 요점 정리를 좋아한다'라는 내용이 전부다. 

그 다음장은 빠르게 읽기를 먼저 하고 정독을 해보자.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면 이해한 정도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요점 위주 리딩을 하다,  5 챕터 뒤에 두 번째 이과의 특징인 '전례의 타파', 그다음 챕터 '사후 조정'을 만난다. 이과 특징에 대한 챕터이므로 꼼꼼히 읽는다. 여기까지 읽으면 요점은 거의 파악된다. 서평 포스팅, 독서감상문도 가능하다. 


나머지 부분은 여기에 내용을 더 보태는 정도다. 30분을 투자해, 문과 이과적 사고의 방향성의 차이를 알았다. 다음에 관련 글을 쓰거나, 내용을 접할 때 미리 요점 부분을 정리해두면 좋은 참고자료가 되겠다. 


pixabay 이미지입니다.


유현준 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다. 요점 파악을 위해 빠르게 읽는데 어느 순간 생각에 잠긴다. 서울 거리를 상상하며 유현준 님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빠르게 읽기를 멈추고 한 장 한 장 행복에 잠긴다.  


책을 미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책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다. 시간 투자를 배분해야 많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내 방식의 룰이다. 

서문을 정독하고 기대에 찼는데, 페이지를 넘기면서 서문에서 이해한 내용에서 별반 다른 게 없는 책도 있다. 빠르게 읽기로 전환한다. 반대로 빠르게 읽다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감상하며 읽을 책도 있다. 이런 책은 아껴가며 읽고 싶다.


읽고 좋은 책은 따로 모아둔다. 주기적으로 혹은 마음이 당길 때 꺼내 지금의 생각과 만난다. 과거의 환희가 부끄럽게 곧바로 중고장터로 향하는 책도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 주는 책도 있다. 지금의 생각과 만나 폭이 넓어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안내한다.  


책은 매 순간 사라진다.

다른 책이 책장을 나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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