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야기
ELS라는 상품이 있다. 특정 주식 또는 선물 가격이 정해진 구간을 벗어날 경우 수익을 얻는 구조다. 리먼 사태 당시, 주식 시장은 폭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등을 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 나는 3개월 후 지수가 하락하면 큰 수익을 내는 ELS 상품에 투자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계속 상승했고, 내가 투자한 ELS는 결국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이후 선물 투자를 시작했다. 흔히들 '원수에게나 알려주라'고 하는 선물옵션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이다. 당시 한국은 몇 년 동안 ‘박스피’라 불리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박스에 갇힌 모양새였다. 나는 270을 상단으로 보고 선물 매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지수는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고, 나는 추가 매도를 반복했다. 선물이 3개가 되자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선물 1점당 25만 원이지만, 당시에는 50만 원이었다. 선물 3개면 1점 상승 시 15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지수가 280으로 5점 상승하면 750만 원의 손실이 나는 상황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지수는 거침없이 상승했고, 결국 나는 더 버티지 못하고 청산 버튼을 눌렀다.
한국 주식 시장은 오랜 시간 '박스피'에 머물러 있었다. 하락하는 일은 있어도 275를 넘지 못하는 차트는 마치 강력한 상단 저항처럼 보였다. 하지만 "절대"라는 말은 투자에서 금물이다. 내가 그 자리에 발을 디디는 순간, 'If'라는 변수는 현실이 되고, 만약 이를 무시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시장 파동에 익숙해진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성공의 공식을 찾았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동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 'If'를 무시한 순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박스 상단을 돌파한 지수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만약 내가 선물 3계약을 끝까지 보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50점 상승했을 때 3계약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손실은 7,500만 원에 달했을 것이다. 처음 1계약을 매도할 때는 단지 몇십만 원의 수익을 기대하며 가볍게 시작했지만,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흐름은 순식간에 손실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울수 있다.
한편, 최근 선물이 하루 만에 30점 폭락한 날이 있었다. 이때 외가격 풋옵션은 0.01점에서 15점까지 상승했다. 2,500원이 375만 원이 된 것이다. 실제로 풋옵션을 사서 10억을 벌었다는 뉴스도 보도된 바 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놀라운 수익 기회에만 주목한다. 마치 그 수익이 나의 것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계좌가 털리는 상황은 쉽게 간과한다.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팀을 두고 있으며, 실수 하나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성공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투자에서 'If'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를 무시하면 대박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실패를 겪게 될 확률 또한 높아진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If'라는 변수에 대비하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예측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복되는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성공의 공식을 찾았다고 생각할지라도, 'If'를 간과하면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 그러니, 절대 시장에 맞서지 말고, 항상 리스크를 고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