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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Oct 11. 2021

감사일기를 써보자

아니다... 감사일기가 아니다 ...

최근 자기개발서 베스트셀러로 올랐던 '더 해빙'

기자가 이서윤을 만나 운의 비법을 듣는 이야기다.  이서윤을 알라딘에 검색하니, 벌써 몇권의 책을 냈다. 개명전 이름은 이정일. 주로 운에 관한 책이다.

'오래된 비밀', '운 준비하는 미래' ... 부재가 운의 원리, 운의 기술.


나도 젊었을때 사주명리를 공부했었다. 설이면 친척들이 빙둘러 앉아 일년신수를 묻곤했다. 나이가 들면서 정해진 '명'보다, '개운'에 더 관심이 간다. 나쁜 운은 줄이고, 좋은 운이 더 많이 오도록.


'오래된 비밀' 본문을 읽어가는데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감사일기를 적었다.


이 단순함이 개운의 비법이란다. 매일 일기를 적다보면, 행운의 기운이 점점 내쪽으로 눈을 맞추고, 더 큰 행운이 함께 한단다. 당장 노트를 펼쳐 감사 일기를 적었다. 처음 적다보니 연예대상을 수상한 연기자가 무수한 감사를 하듯, 하나를 적으면 또 하나가 생각나고 또 하나가 생각나서 노트는 금새 가득 채워졌다.




부모님이 건강하심에 감사한다

아침 건강쥬스, 아이들 등교, 공부 챙기기, 저녁 식사 준비, 하루 종일 수고한 아내에게 감사한다

퇴근하고 웃음으로 나를 반기는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패드에 정확하게 오줌을 싼 자두에게 감사한다

비 오는데 야식 라면을 사러다녀온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노트에 낙서를 마음껏 하도록 도와준 필기감 좋은 워터맨 만년필에게 감사한다

오늘도 퇴출되지 않고 주식시장에 남게 해줌에 감사한다

감사 일기를 알게 해준 이정일님에게 감사한다


낮에 의학상담 칼럼 내용을 정리해준 남부장님.

침구실, 병동, 치료실, 상담실, 접수, 식당, 환경미화, 건물 경비실... 

감사를 시작하니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내 일상은 감사 투성이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매일 감사일기를 적어야지 다짐하며 스스르 잠이 들었다.


pixabay 이미지 사용





꿈을 꾸고 있는건가? 아님 잠이 덜 깬건가? 누워 있는 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감사는 좋은거다. 예전에 명상 공부를 할때도, 사랑, 행복, 웃음, 사과, 양보... 많은 긍정의 에너지 중에서 '감사'는 손쉬우면서도 큰 힘을 가진다고 공부했다.  

매일을 감사로 산다고? 일상은 감사가 안되는 일들이 너무 많은데? 때론 감사하지 않은데도 자기합리화를 해야 한다. 안 좋은 일을 겪고도 이런 시련의 시간 때문에 성장했음에 감사한다고? 타의에 의한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손실에 당하고도 감사를 할수 있나? 한밤 윗집의 쿵쿵거리는 소리에 감사의 마음이 생기나? 출근하려는데 간밤에 긁힌 범퍼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금새 지워지나? 


벌떡일어나 거실로 갔다. 책을 다시 펼쳤다. 감사일기가 아니라 행운일기를 적으란다.


나의 멘토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살면서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들. 그 결과가 지금의 나다. 나는 결과를 당연한듯 받아들인다.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던 사건 하나로 내 인생은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질수도 있었다. 내가 별탈 없이 잘먹고 잘사는 지금은 연속된 행운의 결과다. 




감사와 행운이 뭐가 다른거지? 글을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감사는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 내가 교류하는 환경에 겸손한 마음을 내어야 한다. 감사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 매일아침 야채와 과일을 갈아 건강을 챙겨주는 아내에게 감사를 할지, 당연한 의무로 생각할지는 내 선택이다. 

행운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운의 분야다. 간발의 차로 사고를 면했다? 하필이면 사고가 났다면? 마트 주차장에 평소 같으면 5층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2층 입구쪽에 빈칸이 있다? 꽉찬 주차장을 빙빙 도는데 내가 지나치자마자 차가 나가서 내 뒷차가 그 자리로 쏙 들어간다? 예측할수도, 내가 장악할수도 없는 '운'의 영역. 


행운일기는 좋은 일들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의 기록이다. 일상에서 행운을 찾아내고, 당연한듯 지나쳤던 사소한 사건을 기록해 보자. 당연히 여겼던 일상의 이벤트가 '행운'이었구나 알아간다. '행운'과 내가 소통하는 방법이 행운일기다. 


그날 아침 멀쩡한 '감사'에게 나는 짜증을 부렸다. 아마도 힘든 일상에 짓눌리고, 당연히 내게 감사해야 할 주변이 내게 감사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었나보다. 감사하기 싫었나보다.

행운일기를 쓰다보면 이런 부분이 스르르 해결된다. 행운은 대부분 감사와 함께한다. 감사의 대상이 없다면 신에게, 아니면 이런 행운이 일어난 이벤트에 감사하면 된다. 대상이 있다면 직접 감사하면 된다.


허겁지겁 바쁜 아침에 뛰어갔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불운이다.

그 순간 누군가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준다. 

행운이다.

하필이면 그 순간 그 엘리베이터게 타고 계셨고, 그런 선행을 베푼 그 분에게 '감사합니다'라는한마디면 된다.  



pixabay 이미지 사용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 뛰어내려갔더니 삐리리 하면서 문이 닫히고 열차가 떠난다.

불운.

내려갔더니 지하철이 도착하고, 내가 들어간 칸에 자리 하나가 비어있어서 앉았다.

행운.

감사할 대상은 없지만, 행운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감사.


행운일기는 이런 사소한 일상부터 적어나갔다.

책을 읽다 요즘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 행운을 준 책의 저자에게 감사.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마신 한잔의 에스프레소. 이국적 정취를 2,500원에 느낄수 있는 행운. 잘생긴 사장님에게 감사.




행운과 감사. 긍정의 에너지를 일상에서 찾자.

이런 힘들이 내 선택에 영향을 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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