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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Jan 09. 2022

말하듯이 공감되게 쓰는 글

올 한 해 꼭 해야 할 일중 하나

새해가 되면 목표를 세운다. 금연, 금주, 운동, 공부, 다이어트, 일찍 일어나기, 책일기... 왜 꼭 새해가 되어서 시작하지?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어 나는 12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의학 관련 칼럼, 기사, 유튜브 대본 등 글 쓸 일이 많아졌다. 스토리텔링, 맞춤법, 작문법, 방송 글쓰기. 글을 체계적으로 잘 쓰고 싶어서, 관련 도서를 여러 권 샀다. 읽다 보니 한동안 내버려 뒀던, 사실은 2개 쓰고 중단한 브런치가 떠올랐다. 21년 여름 어느 날, 매주 1개씩 올리기로 결심하고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가을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 수강신청을 하고 도전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눈 뜨니 벌써 가을이었다. 닥치니 매주 서울로 올라가 공부할 생각만 해도 피로가 밀려왔다. 과하다 싶어 이건 포기.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했다. 많은 책을 읽어왔고, 글에 관한 소재라면 10년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 몸풀기 준비운동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무림고수의 마음이었다. 

5~6개쯤 글을 쓰고, 소재는 금세 바닥이 난다. 깊이에 재미를 더한 글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싶었지만, 당첨일이 지난 복권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1년 12월 중순. 한번 읽고 꽂아둔 글쓰기 관련 책들을 소환했다. 문제가 뭔지 고민하다 답을 하나 찾았다. 


 



최근 기획부와 진료부가 모여 병원 진료 방향을 주제로 회의를 했다. 내가 준비해 간 콘셉트는 어머니의 무릎. 고향의 맛, 어머니의 음식. 치료를 받고 무릎이 좋아지셔서 오랜만에 음식을 잔뜩 준비한다. 양손 가득 음식 봇다리를 싸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딸 집을 방문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어머니의 음식으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회의 결과 올드하단다. 너무 옛날 스타일이고, 타깃이 50대가 되어야 하는데, 스토리는 70대 어머니를 연상시킨단다. 공감에 실패했다. 세상이 변해서 부산시라면 퀵으로, 시외라도 택배가 가능한 세상인데. 아니면 직접 차를 몰고 오시는 어머니. 


주위 사람들에게나 먹히는 지식 표현 욕구.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잔소리처럼 늘어놓기. 내 글이 딱 이랬다. 

나는 김영하처럼 유명 작가가 아니다. 그분만큼 문장력도 없다. 우승 각으로 나와 1차 예선에서 탈락하는 경연 프로그램 도전자. TV를 보며 웃지만, 글에서는 내가 그 모습이다. 타깃 없이 쏘아 올린 화살처럼 공중을 떠돌다 떨어지는 허무였다.   


마케팅 책을 읽는다. '공감'이 핵심이다. 광고 카피 글에도 공감. 자기 계발도 공감. 글쓰기는 더더욱 공감이었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있지? 내 글은 누가 읽지? 어떤 감정, 생각으로 누구에게 말하는 거지?




퇴근길 음원 사이트의 플레이 리스트를 무작위로 재생시켰다. AIR SUPPLY의 노래가 나온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찾아봤다. 오래되었겠지만 차에서 들었던 노래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싶었다. 이게 뭐지? 최근 영상이 올라와있다. 어림잡아 70살은 넘었을 듯싶은데 라이브 공연이라고? 몇몇 가수를 더 찾아봤다. 백발에 주름 가득하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다.  

80년대 팝을 소재로 글을 쓰면 좋겠다 싶었다. 2시의 데이트, 마이클 잭슨, 빌보드 차트, 그레미상, 카세트테이프, 라디오 녹음. 막상 쓰다 보니 지금 세대들에게 생소한 개념 설명의 글이 되고 말았다. 나와 그때 그 감성을 공감할 분들을 위한 소재였는데. 별 관심도 없을 20~30대를 위해 내 글을 읽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pixabay 이지지입니다


80년대 팝을 들으며 공부했던 중고등학생. 글을 읽는데 2시의 데이트 김기덕의 목소리가 들린다. 좋아하던 노래가 방송되기를 기대하며 녹음기 빨간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고, 뒷부분이 잘리지 않기를 가슴 졸이며 듣는 장면에 픽 웃음이 난다. 

몇몇 노래가 떠오른다.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노래를 입력하는데 제목이 정확하지 않다. 가수 이름으로 검색한다. 맞지 않는 의자에 내 몸을 맞추며 살아가다, 앉는 순간 이거야 싶은 감촉. 잊었지만 너무나 익숙한 편안함. 아이들에게는 이상하지만 내게는 익숙한 리듬을 들으며 잠시 그 시절로 퇴행을 한다면 내 글은 대성공이다. 


22년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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