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매우 늦은 나이에 보컬 전문학원을 다녔다. 학원에 가니 30대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 40대 후반이면 매우 늦은 나이 맞다.
사정이 있어 집 근처 실용음악학원으로 옮겼다. 거기도 40대 이상이면 드럼, 기타를 배우지, 나처럼 보컬은 없었다. 대부분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이다.
시작하고 코로나 직전까지 기간은 3~4년인데, 배우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주 1회 기준하면 배운 시간은 일 년 반쯤 될 듯하다.
원래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가족모임, 학회, 동창회, 친목모임, 심지어는 맞선 자리에서도 노래연습장을 갔다. 조용히 앉아 눈에 띄지 않는 나를, 노래는 반전 매력의 눈길 집중을 받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취미생활은요?
걷기, 보컬, 격투기요!
남들과 다른 취미생활을 하시네요.
코로나 19 이전 회식 후 노래 한곡이 자연스러웠던 시절, 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에게 이전에 내 노래를 들어본 적 있는 누군가 꼭 이야기를 한다. 저 자식 노래 잘 부르는데 '보컬 학원' 다녔데. 정말로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내 귀에는 그런 뉘앙스로 들린다.
별 기대 안 했는데 잘 부르면 반전인데, 보컬 학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내 노래의 비교 대상은 가수가 된다.
사부님 저는 언제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 10년쯤 하시면 전공생들 1년 수준은 될 겁니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1년만 하면 슈스케 톱텐 정도는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한다. 막상 보컬 학원에 가보면 노래 잘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우리 귀는 이미 최정상급 가수들 수준에 맞춰져 있어, 그들 노래도 가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다. 그런 그들과 비교해도 내 노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앞의 젖가락 행진곡이다.
그런데 10년을 해도 전공생 1년이라고? 막상 시작해보면 중고등학교 선배들의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지 현타가 온다. 수업 전 연습실에서 목 풀기도 부끄럽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1년 피아노 배우면 베토벤 월광을 칠 수 있나? 주짓수 도장에 1년 다니면 김동현이랑 맞짱 뜰 수 있나? 그것도 매일 열심히 다녀야 가능하지, 주 1회? 택도 없다.
막상 학원을 다니다 보면 수업이 만만치 않다. 내가 전공이든 취미든 사부님에게는 수업이기 때문에 연습을 제대로 해가지 않으면 혼난다.
출퇴근 시간 차 안에서 꽥꽥거리고, 과제로 받은 노래 반복해서 듣기, 가사 읽기, 목 풀기, 가끔 집에서 문 닫고 가족들 화 폭발하기 직전까지 MR 틀어놓고 연습하기를 없는 시간 쪼개서 해본다.
노래 한곡으로 4~5번 수업을 받는다. 대략 한 달의 시간이다. 듣고, 부르고를 수백 번 반복한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서 노래실력이 쌓여 간다.
사부님? 노래는 언제까지 할 수 있어요?
70 넘어서도 할 수 있어요.
가수들 50 넘으니까 목소리 제대로 안 나오던데요.
자기 관리를 못해서 그런 거예요.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보컬 수업을 받으면서 3번의 버스킹과 1번의 무대공연 체험을 했다. 선배님들 틈에 1~2곡 불렀지만 기억에 남을 행복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19가 끝나고, 더 나이 들기 전에 다시 한번 버스킹 무대에 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