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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Sep 13. 2023

노래는 말하듯이 불러야 한다

성공이야기 - 보컬트레이닝

다양한 콘셉트의 음악 경연프로그램.

아이돌, 트로트, 무명의 가수들.

심지어 아침방송에도 노래경연 프로그램이 있다.

가족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가족 중 한 명이 나와 노래를 한다.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노래는 말하듯이 불러라.

음정 박자만 맞춘다고 노래가 아니라, 가사 전달을 잘해야 한다.

경연 대회 심사위원들이 늘 하는 말이다.


말은 노래인가?

노래는 말인가?

가사에 음정과 박자가 있어야 노래다.

편곡으로 음정과 박자를 바꾸어도 같은 노래로 들리려면, 원곡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고음을 쭉쭉 잘 뽑고, 음량이 풍부하면 가창력이 좋다고 한다. 

가창력이 좋으면 노래를 잘한다?

가창력과 가사 전달 중 뭐가 더 중요한 걸까?





노래를 잘 부르고 싶어서 보컬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수업은 호흡, 발음, 음정, 박자 트레이닝의 무한반복이었다.

노래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고, 연습곡을 선생님의 반주에 맞춰 불렀다.


" 노래를 왜 그렇게 불러요?"

"이 부분의 가사를 전달하려면..."

나이와 상관없이 수업 중에 나는 제자였고, 풍부한 성량으로 음정, 박자도 아직 제대로 못 맞추면서 무슨 가사전달이냐는 호통을 쳤다.





설특집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음치는 없다.

가수의 트레이닝을 받고 한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연예인이 등장했다.

곡을 선정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마침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한다.



20대 때 눈을 뜨면 다시 고3이 되어 있는 악몽을 자주 꿨다. 

나에게 공부는 두 번 겪고 싶지 않은 과정이었다.

공부를 콘셉트로 방송에서 활약하는 강성태는 비호감이었다.


대충 들어도 심각한 음치인 강성태.

곡도 하필이면 노래방 금지곡인 임재범의 노래를 골랐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원곡보다 몇 키나 낮았고, 여전히 음치였다.

강성태는 열과 성을 다해 진지하게 임재범의 비상을 불렀다.

당당히 꿈을 보여주라고 절규하듯 부르는 강성태의 노래에 순간 눈물이 울컷 났다.

가창력으로는 불합격이지만, 강성태의 노래는 마음을 울렸다.


음정과 박자에만 충실하면 뻣뻣한 국민체조와 같이 들린다.

음정과 박자를 무시한 가사전달은 노래로 들리지 않는다.

선생님이 수업 내내 음정과 박자를 강조한 이유는 기본기에 충실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가수의 콘서트에 가보면 음정과 박자가 양궁의 10점 포인트를 맞추듯 또렷하다.

보컬트레이닝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80년대 노래를 자세히 들어보면, 지금보다 오히려 음정과 박자에 더 충실하게 노래를 부른다.

 

영화 '최동원'을 봤다.

엔딩에 리듬도 없는 피아노 코드 반주에 맞춰 쉰 목소리로 최백호는 '바다 끝'을 잔잔히 읊조린다.

노래는 영화의 감동을 이어갔고, 천천히 올라가는 자막마저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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