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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Apr 17. 2022

옵션의 영원한 숙제 - 양매수

동전 줍기 vs 쓰나미 2

양매도로 큰 손실을 경험했다면 양매수로 눈길이 간다. 양매수로 돈을 버는 방법은 없을까? 양매도 편에서 봤던 통계를 보다가 발칙한 방법을 생각해 낸다.  변동성의 대부분은 마감 주간에 일어난다.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프리미엄이 많이 죽어있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같은 10점이 움직여도 수익이 훨씬 크다.



한 달 평균 지수의 변동폭은 11.81점. 매수로 돈을 벌려면 싸게 사면된다. 시간이 지나고 프리미엄이 죽길 기다렸다가 8~9점이 되면 양매수 진입?



블랙스완에 혹하면 안 되는 이유 첫 번째


태평양 한가운데 보트가 떠있다. 살가죽의 습기 하나 남기지 않을 듯 내려쬐는 태양. 바람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 고요한 바다. 지난달 불었던 폭풍우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살랑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다. 물통의 물은 서서히 비어 간다. 숨통을 조여 오는 적막한 보트 위 여행자처럼 양매수자에게 고요함은 지옥이다.


매월 변동폭을 그래프로


그래프를 보면 20점 이하의 잔파도가 훨씬 많다. 결론적으로 양매수는 거의 매달 손실이 난다. 

꼼짝도 않던 지수가 어찌어찌 억지로 5점을 움직였어도, 세팅값이 9점이라면 4점 손해다. 1쌍에 100만 원, 10쌍이면 1000만 원 손실.


매달 이런 손실을 견뎌야 한다. 언제까지? 큰 파도가 올 때까지. 작년에 봤던 40점과 60점이 만나 100점짜리 쓰나미가 올 때까지.


손실이 누적되면 슬슬 지쳐간다. 가만 앉아 돈을 버는 양매도로 눈길이 간다. 한방에 1억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양매도는 하지 말자 수없이 다짐했다. 시장을 떠나자니 곧 큰 파도가 올 것 같다. 과거 지수를 봐도 영원한 박스는 없다. 한판만 더하자. 다시 손실. 마지막으로 한판만 더하자.



변동성이 올지라도 혹하면 안 되는 이유 두 번째


많은 경제학 실험에서 인간은 손실에 민감함을 밝혀냈다. 


양매도는 대부분 버티다가 당한다. 손실을 쉽게 확정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절의 미학을 실천하기로 다짐한다. 아침 변동성에 눈딱 감고 손절을 했다. 덕분에 5점 손실을 1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다음날 다시 손절을 한다. 지수는 금세 안정을 찾고 부푼 프리미엄은 낮 햇살 눈 녹듯 사라진다. 시장은 대부분 작은 변동성이다. 양매도는 버텨야 먹는다. 대신 잘못 버티면 한방에 끝난다.


양매수는 손실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계좌에 찍힌 수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외가격 옵션이 내가격이 되면 풀파워가 된다. 등가 10점 밖의 외가격 1점짜리 옵션은 선물이 4점 움직여도 프리미엄이 0.5점 정도 붙는다. 내가격이 되면 가격이 선물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10쌍을 매수했다면 순식간에 수익 1000만 원이 찍힌다. 내일 한 번만 더 움직이면 200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수가 반대로 움직이면 수익은 사라진다. 양매수는 버텨야 크게 먹는다. 대신 잘못 버티면 집의 가전을 몽땅 신제품으로 바꿀뻔한 기쁨을 최신 영화 한 편 유료 결제하고 맥주 한 캔으로 달래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캡처


19년 12월 11일 옵션 마감일 코스피200은 372.24로 장을 마감한다.

1달 뒤 20년 1월 14일 옵션 마감일 코스피200은 429.85조 마감한다.

1달간 지수는 무려 60점이 상승했다.


이때 나는 실제로 옵션 10쌍을 양매수하고 있었다. 등가는 좀 무서워서 등가에서 외가격 5점으로 콜옵션과 풋옵션을 10개씩 샀다.


372에서 시작한 지수는 어느새 390을 넘었다. 만기일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은 싱싱하게 살아 있었고, 계좌에는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이 찍혔다. 예상한 수익이 넘었고, 지수가 빠지면 수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일부 수익을 확정 짓고 싶었다. 지수가 오를 때마다 콜옵션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지수가 더 상승하면 남은 수량으로 수익을 내면 되고, 혹시나 빠지더래도 매도한 콜 옵션으로 수익의 일부를 지킬 수 있었다. 367 풋옵션은 결제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에, 상승에 맞춰 풋을 교체해 나갔다. 


지수가 400이 넘었고, 콜옵션을 하나씩 매도했지만 아직 6개가 남았다. 410을 넘었다. 통장에 4000만 원이 넘는 수익이 찍혔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시로 계좌를 열어봤고, 지수가 오르내리며 수백만 원의 수익이 왔다 갔다 했다. 콜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수익은 5000만 원이 넘었을 텐데. 그랬다면 깔끔하게 5000만 원 먹고 털었을 텐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했다. 매수는 버텨서 크게 한 번을 먹어야 한다. 마감일까지 남은 6쌍은 끝까지 가지고 가자. 내려가면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터 계좌를 열어보지 말자. 끝까지 가지고 가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짐은 10분을 못 넘기고 수시로 계좌를 열었다. 4500만 원을 넘긴 수익이 지수가 살짝 빠지면서 4천만 원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당시 거래 실현 수익



오늘은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1kg짜리 갈등의 무게는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이는 순간 1g이 된다. 우주의 신비라도 풀듯 복잡했던 머릿속 갈등은 수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자 순식간에 청산으로 이어졌다. 

난생 처음 기록한 수익에 퇴근길 차 안에서 운전대를 두드리며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미래에셋증권 화면 캡처


청산 후에도 지수는 끊임없이 상승했다. 450을 찍고 430으로 조정된 후 6일 동안 430에 머물다가 만기일 429.85로 마감했다.


처음 세운 원칙대로 10쌍을 모두 가져갔다면? 

450에 청산했다면?

6쌍이라도 마감까지 가지고 갔다면?


유튜브에서 초기 비트코인 100만 원이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가 되었을까라는 내용을 봤다. 2000억 원이 넘는단다. 위클리 옵션으로 20~30배 수익을 내는 비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강좌를 봤다. 


영화속 자동차의 속도와 현실에서 감당하는 속도는 다르다.


또 다른 반전


버텼는데 지수가 410에서 390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4000만 원의 수익은 1000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등장한다. 상승하면서 팔고 사며 꾸준히 당긴 풋옵션 프리미엄 손실. 몇 점 간격으로 당겼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367을 370으로 한 칸에 0.20점씩만 손실을 봐도 10칸이면 500만 원 손실이 누적된다. 이 부분은 등가에서 얼마의 간격을 유지할지, 몇 점짜리 풋을 선택할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겠지만, 최초의 세팅과는 별도로 발생하는 손실이라는 점이다.

당긴 풋이 내가격이 되는 상황도 생기는데, 이런 복잡한 상황은 일단 접어두자.




옵션은 if 게임이다. 

설마 계속 상승할까? 

설마 이대로 끝날까? 


if 때문에 대박을 놓친다, 쪽박을 찬다.

어렵다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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