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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Jun 10. 2022

글 쓰기 정말 싫다

글쓰기 싫은 미래에 보내는 글

해야 할 과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지만 하지 않는.

매일 쓰는 핫키. 2달 전 구글 테스크에 '핫키 정리하기' 적어놓고, 오늘도 불편하게 쓰고 있는 핫키.

매주 1개씩 브런치에 글쓰기. 마지막 글에서 1주일이 훨씬 지났지만, 글을 써야지 생각만 하고 있기.


작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 몇 개 올리지 않아 소재는 고갈되었다. 책상에 앉아 펜을 쥐고 노트에 소재를 쥐어짜서, 어떻게든 1개씩 올렸다. 종일 소재 걱정을 하다 보니 밥 먹다가, 책 읽다가, 직원들과 대화하다가 문득문득 스토리가 떠올랐다. 운전하다 떠오른 생각은 말을 글로 저장해 주는 어플을 깔아 정리했다. 2022년 새해가 밝았고, 올해 목표를 물어보면 신춘문예 도전이라고 당당히 떠들고 다녔다.  


구글 킵에 차곡차곡 모아둔


하루 누적 조회수 20. 찾는 사람 없어도 글 쓰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했다. 간혹 올린 글의 조회수가 100인 날은 마냥 기뻤다. 


최근 올린 에스프레소 이야기는 조회수 2천을 넘었다. 준비해 둔 다음 글은 평소만큼만 조회수가 나왔다. 에스프레소 다음 편을 올렸다. 자기 전 폰을 켰고 깜짝 놀랐다. 몇 시간 만에 조회수가 7천이 넘어 있었다. 며칠 동안 브런치 어플에 들어와 수시로 조회수를 확인했다. 조회수는 1.5만을 넘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도 브런치에 접속해 통계만 확인하고 나갔다. 방문자수를 확인하는 에너지를 쓴 만큼 글 쓰는 에너지는 급속도로 사라졌다. 


글은 쓰기 싫었지만 저녁 운동은 빼먹지 않았다. 걸으며 생각했다. 의무적으로 글을 써내야 하는 전업작가는 어떨까? 나처럼 이런 기분일 때도 글을 써야 할 텐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문제였다. 투자의 동적 자산배분에 관한 책인데, 과거 기록을 근거로 투자수익률을 계산하는 부분이 주로 등장했다. 숫자만 보면 살짝 미치는 나에게는 치료 중인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맛을 보여준 꼴이었다. 저녁마다 책상 앞에 앉으면 글을 쓰는 대신, 엑셀로 계산식을 만들어 통계를 내고 그래프로 확인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해 나갔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손과 뇌가 차분히 공감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숫자 때문에 뇌는 초흥분상태였다. 


책상에 놓인 몇 권의 글쓰기 관련 책들. '탁월한 책 쓰기'를 꺼내 읽었다. 브런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작가님이 예전에는 작가가 되리라 꿈도 꾸지 않았고,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쓰지 않았던 게 아쉽다고 했다. 쓰기 싫어도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의 불씨는 지펴졌지만 여전히 쓰기 싫었다.


열흘째 계속되는 글쓰기 싫은 날들. 그런 동안에도 걷기 운동은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오늘은 걷기도 싫은 날이다. 가랑비가 내리가 그치다를 반복했고, 점심 회의 때문에 낮잠을 못 자 피곤하기도 했다. 

매일 걷는 비법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면 된다. 걷다가 싫어 돌아온 적은 없다. 글쓰기 관련 책에도 소개되는 슬럼프 극복법은 일단 앉아 쓰기. 


방금 운동을 하고 왔고, 브런치에 접속해 쓰다만 '글 쓰기 정말 싫다'를 쓰고 있다. 몇 줄 고쳐 쓰다 보니 1 시간 넘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 싫은 순간은 수시로 올 거 같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단 써라!"

미래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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