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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Dec 21. 2022

에스프레소 공간을 넓히다

진정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에스프레소는 인류역사다. 

농경사회는 거주지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금은 하루 만에 미국에 간다. 1초면 지구 반대편 소식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에스프레소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었다. 


원두를 갈아 마시던 에스프레소가 파드로 바뀐 지금. 에스프레소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건 아니지 싶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두를 산다, 분쇄한다, 가루를 꾹꾹 눌러 담는다, 추출한다, 마신다, 씻는다는 일련의 행위가 사라졌다. 나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서 커피를 논하는 허풍쟁이다.


직장 주변 에스프레소바를 검색했다. 커피도, 마시는 공간도 넓혀야겠다. 농경사회에서 벗어난다.


서면 에스프레소

드라마에서 에스프레소는 고상함이다. 베토벤바이러스에서 지휘자 강마에는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작은 잔으로 홀짝이면서 유학파 지성인임을 과시한다. 사랑의 불시착 손예진은 누룽지를 설탕에 찍어먹으며 에스프레소바에서 마시던 에스프레소를 말한다. 

커피가 아니라 에스프레소다. 샷 추가는 알지만 그 샷이 그 샷인 줄은 모른다. 그 샷이 에스프레소다. 


코르나 때문에 3년 만에 휴가를 냈다. 가까운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구글 지도로 숙소 근처 커피전문점을 검색했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더니, 양이 적은 쓴 커피라고 했다. 20년 전에 스타벅스에서 들었던 멘트를 또다시 일본에서 들었다. 여전히 에스프레소는 낯선 선택이다.


서류 가방을 든 슈트 차림의 직장인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작은 잔을 받아 홀짝하고 가는 낭만 어린 이탈리아의 발걸음은 느리다. 배낭여행에서 돌아와 마주한 서울지하철의 빠르기에 잠시 숨이 막혔다. 홀짝 하고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짧지만 느긋함으로 마셔야 한다. 우리네 정서로는 겉멋이라 할만하다.


탐방기는 품평회가 아니다. 익숙함에 길들여진 편안한 일상을 깨야하는 시도이다. 글감을 위한 작은 도전이다. 



커피 전문점


커피전문점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분홍색 봉지의 가루를 넣고 마신 에스프레소는 쓴 감기약보다 쓰고 시큼했다. 나오며 물어보니 사카란이라고 했다. 검색해 보니 설탕 대신 사카린을 쓴다. 무식함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에스프레소도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 사카린은 더 낯설다. 미리 말해줬어야 했다. 에스프레소를 자신 있게 주문했으니 그 정도도 모를까 생각했을 수도.


집 앞 프랜차이즈 커피점


2500원에 제법 맛있는 에스프레소다. 크레마 가득한, 시큼하고 쓴 액체. 가격이 착해서 한잔이 더 아쉽다. 샷 추가를 한다. 12월부터 1천 원을 올렸다. 3500원은 비싸지 않지만, 2500이었던 3500원은 갈등이다.


후쿠오카 에스프레소


밖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묵직하고 입술 닿는 부위가 두꺼운 잔이 좋다. 한국과 맛구별은 안 되는 후쿠오카의 에스프레소. 인스턴트 설탕 1 봉지. 뜯어 바닥에 깔고 홀짝였다. 


 얼음물과 사카린을 챙겨주는 전문점. 

가격에 비해 맛이 괜찮지만, 에스프레소만 주는 프랜차이즈.

흑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먹는 나라에서 굳이 쓰게 마신 에스프레소.


궁금하다.

에스프레소 맛도 구분이 되나?

에스프레소는 자체로 이미 완성된 맛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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