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에는 이런 비보나 슬픔에 특별히 더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모든 죽음이 비극적이지만 뭐랄까 나와 같은 개인의 입장에서, 죽은 사람의 입장에 서서 주로 생각했다. 열심히 사는 중에 갑자기 횡액을 당한 나, 이대로 죽기엔 억울한 나.... 망자의 입장에 공감하여 그 찬란한 인생이 꺼져버린 것에 분노했다.
엄마가 되자 유독 더 아프게 다가오는 소식들이 있다. 언젠가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한부 진단을 받은 아기를 보내줘야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 며칠동안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곧 태어날 시한부 아기를 보내야하는 아버지가 쓴 슬픈 글에는 공감하며 위로하는 댓글,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공유하는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그 중 한 댓글에 아픈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입맞춰주라며, 촉각으로 체온으로 사랑을 많이 전달해주고 아이가 몰라도 같이 산책을 나가 짧게나마 살다갈 세상을 알려주라며,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라는 내용이 있었다. 자신도 비슷한 아픈 경험이 있다며 위로를 건네는 이 댓글의 주인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다. 진심으로 이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건강히 자라기를 바란다.
생때같은 자식이 죽는다는 감정을 아직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심정에 공감할 때 일어나는 내 몸의 변화는 말할 수 있다. 가슴에 어떤 뚜껑을 돌려서 단단히 잠근 것처럼 콱 답답하고 쥐어짜지는 느낌이며 자동으로 눈과 코가 시큰해진다. 평소에 정말 건조한 눈인데 눈물이 두 갈래 세 갈래로 줄줄 흐른다.
요 며칠은 쓰레기라는 말도 아까운, 인면수심 아비의 생일상을 차려주고 그 총에 맞아 숨진 아들의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한다. 아들의 나이가 나와 비슷했다. 길러낸 세월만큼, 공들이고 소중히 했던 세월만큼의 사랑과 걱정, 믿음이 쌓였을 것이다. 유족 입장 전문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들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담겨있었다. 유족은 인면수심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반대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피해자가 남긴 사랑과 기억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두려움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배려와 침묵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어머니가 한동안은 너무 아프겠지만 이 세월까지 살아온 뿌리 깊은 인생이 휘청일 정도로 힘들겠지만 그 아들을 닮은 손자들을 보고 이겨내시기를 바란다. 남겨진 유족들이 뿌리 깊은 사랑으로 야만을 꼭 이겨내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