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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해주세요

by 체리마루

내가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에는 추천하는 책이 마음에 들어 팔로우한 계정이 몇 개 있다.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 받는 일은 정말 귀해서 그들이 업데이트하는 소식을 절대 놓칠 수가 없다. 책을 전문적으로 추천하는 계정보다는 일상적인 계정에서 뜨문뜨문하게 올라오는 책들이 더 내 취향을 저격하는 타율이 좋다. 그런 계정을 팔로우하면 계정주인의 일상까지 덤으로 따라온다. 요새 내가 빠진 장르는 산문집이다. 오롯이 나만 믿고 태어난 짹을 위해 더 넓고 단단한 어른이 될 필요가 있어 이것저것 방법을 강구하던 중에 빠져들었다. 좀 더 어른이 되는 데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이 필요하다.

나는 산문집이 좋다. 쓴 사람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산문집은 자서전과 궤를 같이 하지만, 좀 더 굵직굵직한 자서전보다는 일상적이고 세밀한 산문집이 그 사람을 섬세하게 드러내서 좋다. 자서전은 자기소개서, 산문집은 인스타그램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산문집을 읽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갈 때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사람을 사귈 때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일상을 같이 겪으며 알아가듯이 산문집도 그렇다. 나와 결이 맞으면 더 친밀해지고 안 맞는다 싶으면 지인으로 남는다.

나와 결이 맞는 산문집을 찾으면 바로 작가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다. 보통 작가들은 인스타그램에 책 추천 피드를 한 두 개 정도 올리기 때문에 다음 책은 여기에서 찾아 읽는다. 책 추천 피드를 보면 바로 도서관 어플을 켜서 전부 관심도서에 표시해둔다. 여기 있는 책들 전부 빌려 읽거나 사서 읽을 것이다. 표시해두고 나면 한동안 읽을 거리 떨어질 걱정은 안해도 된다. 아직 읽지 않았는데도 마음의 곳간이 풍족해진다.

최근에는 시간이 많아 표시해둔 책을 다 읽어가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책 추천을 받았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한강 작가의 신작 <빛과 실>, 알랑 드 보통의 신작 <현대 사회 생존법>, 철학 잡지 <뉴 필로소퍼> 등을 추천 받았다. 그 중에서 알랑 드 보통의 신작이 내 흥미를 끌었다. 알랑 드 보통의 신작..? 나는 사실 그가 고전 문학 작가인 줄 알았다. 롤랑 바르트나 에리히 프롬이랑 헷갈린 모양인데 그래서 나는 그가 1900년 대 초반의 인물이라 생각했고 작고한 줄 알았다. 그런 그의 신작이라길래 검색해보니 그는 1969년생이었다. 너무나 최근의 인물인 그는 한국의 TV프로그램에도 몇 번 출연했었다. 이 정도로 떠들썩했는데 몰랐던 걸 보니 나는 알랑 드 보통이랑 잘 안맞았나보다. 아마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그의 책을 들어 앞의 몇 쪽을 읽고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금방 내려놨을 가능성이 크다. 그 때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고 지금의 나와 알랑 드 보통은 결이 맞을 수도 있으니 다음 책은 알랑 드 보통 신작이다.


(댓글이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도 책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ㅎㅎ 요새 읽을거리가 없어서 허기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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