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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Aug 07. 2016

아프고 아름답고

5월의 금요일 : 기대



05.06


기대하다.

설렘과 실망 중 하나가 뒤따른다.


기대하면서 갖게 되는 설렘이 좋았지만, 기대만큼이 아니었던 것들에 그만큼씩 실망했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은 것들에 몇 배 더 큰 즐거움을 느꼈다. 그래서 쉽게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 05.11.


달빛에 기대어 걷는 밤길.




05.13.


사람에 대한 기대.


섣부른 기대, 다 알고 있다는 착각. 그것들로 인한 상처가 오랫동안 한 자리에 남아 후회가 되고 겁이 된다. 내 마음과 머릿속 그의 모습이 '그'가 아니라 단지 '나에 의해 해석된 그'임을 너무 늦게 알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야 생긴 여유 덕에 지난 상처는 단지 과거의 존재를 증명하는 고통 없는 자국일 뿐이라 우길 수 있게 되었지만, 인정하기 싫은 잔해가 있다.


문득 겁이 난다. 상상 속 나는 복잡한 관계망 속 좌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불안하고 조급해지고 외로워지는 무한의 순환 가운데 홀로 떠 있는 것이다. 분명하게 관계의 불길한 엔딩을 예감하는 순간이지만 그와 동시에 미약한 존재임을 처절히 깨닫는 순간이다.  




05.20.


자신에 대한 기대로 설렐 줄 아는 사람.
자신에 대한 기대로 타인을 설레게 할 수 있는 사람.
자신에 대한 설렘을 만족으로 되돌려주고 싶은 사람.
그렇게 끝없는 다음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




05.27.


전혀 기대해 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났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동료가 나를 옆에 두고 이런저런 속내를 내비치었다. 그런 그를 옆에 두고 나도 자연스러운 고마움을 전했다. 항상 느끼고 있는 고마움이나 제대로 전해본 적이 없는 마음이었다. 다만 사회에서 만난 관계이니 이런 순간조차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흔한 사회의 셈법이 마음에 걸려, 진짜를 진짜로 전달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과연, 그날 나의 진심은 그의 마음에 진짜로 닿을 수 있었을까.


고마운 사람, 고마운 마음. 사소한 순간, 사소한 배려라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그들 몰래 쌓아둔 고마움을 제때 제대로 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발 맞추어 온 시간들이 공동의 기억으로 (욕심을 조금 더 내자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가끔은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든든함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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