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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Sep 11. 2016

들고, 쓰고, 걷고, 쉬고... 그리고

7월의 수요일 : 홀로



07.06.


홀로


'홀로'라는 단어가 쓰인 종이를 보았다.

마음속으로 단어를 읽을 때 느껴졌던 그 느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07.13.


우리는 이제 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 하다는 사실을.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는 걸.

그렇다면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은, 사랑했으나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中


홀로서기


아무런 꾸밈도 인정도 필요 없이
존재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기를

- 박노해, 페이스북 '박노해의 걷는 독서'


홀로서기




07.20.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났다. 인간관계에서 느꼈던 회의감에 지쳐가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기대치 않은 일이다. 내심 아직 처음 본 사람에게 쉽게 관심을 갖고, 쉽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나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 홀로서기를 마주하고 부딪히고 배우는 사람 앞에서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람도 나와 같이 인문학을 전공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도 여전히 인문학 전공으로 살아남기 힘든 사회라고 한다. 그런 사회에서 인문학의 이름을 달고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둘 다 알고 있었다. 인문학적 소양을 보겠다느니 융향형 인재니 뭐니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2순위가 되는 것을 경험하였고 목격해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차원의 문제가 채용 시험 문제가 되어 평가받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매번 언젠가 그 가치가 제대로 빛을 발할 날이 있으리라 믿자는 말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곤 한다.


몇 년 전,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전공수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남들은 인문학의 위기라 하지만 곧 인문학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그날 나는 인문학의 위기를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사회생활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고 나서야, 타인에 의해 규정된 우리의 위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마주한 문턱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나 자신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열심히 했지만, 그들 중 몇 명이나 공감하고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 남은 바람이 있다면, 고유한 학문의 영역에 순위를 매기지 말고,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였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의 영역이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필요한 순간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기를. 이런 바람을 갖고 어디에선가 홀로서기를 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끝끝내까지도 바람을 잊지 않고 남아 있길.




07.27.


차가운 마음으로 홀로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 그 곁으로 갔다.

어떤 말을 해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 그 마음 옆에 오래 남아 있고 싶었다.


+ 07.30.


마음의 키

아무도 풀 수 없게 꽁꽁 잠궈놓고선
남들이 내 속을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청개구리 심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때가 많다.

나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렵고 불안해서
꽁꽁 잠궈두려고 하는 걸까?
이렇게 밀쳐내는 동안 많은 것을 놓친다는 걸,
결국 모두 떠나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마음의 문을 열 수 없게 된 건
어쩌면 나 스스로 때문일지도.

- 니나킴, '사라지고 싶은 날' 中


홀로 서 있는 듯한 일상적인 외로움이 짙어질 때면, 마음에 거센 바람이 분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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