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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Oct 23. 2016

둘 보다 하나

8월의 월요일 : 밥



08.01.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 천양희 '밥'




08.08.


1.

밥 한 끼 같이 먹자.


우리 사이에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말이 왜 이리도 어려워진 걸까.

세월 탓을 해야 할까, 세상 탓을 해야 할까. 괜한 일이다. 누구 탓이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2.

할 일이 많아 밥을 건너뛰었다.

사실은 할 일이 많다는 건 핑계고,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홀로 앉아 숨 쉬듯 외로움을 삼켰고, 배가 너무 쉽게 불렀다.




08.15.


우리는 1년에 밥 한 번을 같이 먹을까 말까 한다. 식성이 다르다는 핑계로 혹은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핑계로 그렇게 지내왔다.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는 숱한 충고에도 귀를 닫은 채 지내온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십 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이에도 낯선 일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08.22.


잠이 몰려오는 데도 같이 있고 싶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밥 먹는 시간 동안의 어색함을 피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참 많이 친해졌다. 그만큼 나는 마음을 열었고, 순간들을 담았다.


세상의 뻔한 기준에 의하면, 난 부실 공사를 한 건물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뻔하고 흔하다해서 나까지 뻔해질 필요는 없으므로, 가끔 부실 공사라 느껴진다 할지라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할 생각이다.

 



08.29.


혼자 집에 있었다.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혼자 있는 날이 어색하지 않았다. 좋은 건가.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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