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월요일 : 밥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 천양희 '밥'
1.
밥 한 끼 같이 먹자.
우리 사이에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말이 왜 이리도 어려워진 걸까.
세월 탓을 해야 할까, 세상 탓을 해야 할까. 괜한 일이다. 누구 탓이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2.
할 일이 많아 밥을 건너뛰었다.
사실은 할 일이 많다는 건 핑계고,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홀로 앉아 숨 쉬듯 외로움을 삼켰고, 배가 너무 쉽게 불렀다.
우리는 1년에 밥 한 번을 같이 먹을까 말까 한다. 식성이 다르다는 핑계로 혹은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핑계로 그렇게 지내왔다.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는 숱한 충고에도 귀를 닫은 채 지내온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십 년이 지난 오늘 우리 사이에도 낯선 일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잠이 몰려오는 데도 같이 있고 싶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밥 먹는 시간 동안의 어색함을 피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사이였는데, 어느새 참 많이 친해졌다. 그만큼 나는 마음을 열었고, 순간들을 담았다.
세상의 뻔한 기준에 의하면, 난 부실 공사를 한 건물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뻔하고 흔하다해서 나까지 뻔해질 필요는 없으므로, 가끔 부실 공사라 느껴진다 할지라도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할 생각이다.
혼자 집에 있었다.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혼자 있는 날이 어색하지 않았다. 좋은 건가.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